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IG)'의 돌풍이 매섭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7만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그랜저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3월 말 2017 서울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일주일여만에 1600대 이상이 계약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열린 그랜저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해 서울 방화동에서 파주 헤이리마을을 왕복하는 약 80km 구간에서 신차의 상품성을 점검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외관 모습. 기존 그랜저 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다. / 정치연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외관 모습. 기존 그랜저 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다. / 정치연 기자
 

◆ 그랜저 디자인 DNA 계승…트렁크도 넓어져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기존 그랜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용 17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했고, 하이브리드 엠블럼을 장착한 게 전부다. 기존 그랜저의 디자인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만큼 큰 불만은 없을 듯하다.

실내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계기판 내부 좌측에 엔진회전수(rpm) 게이지 대신 모터 구동과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클러스터를 탑재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되는 우드 트림도 눈길을 끈다. 도어 트림에 리얼 코르크 가니쉬로 불리는 천연 나무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실내. 계기판과 우드 트림 등이 달라졌다. / 정치연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실내. 계기판과 우드 트림 등이 달라졌다. / 정치연 기자
 
도어 트림에 리얼 코르크 가니쉬로 불리는 천연 나무 소재를 적용했다. / 정치연 기자
도어 트림에 리얼 코르크 가니쉬로 불리는 천연 나무 소재를 적용했다. / 정치연 기자
하이브리드 전용 에어컨은 운전석만 독립적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 차체 하단의 배터리 위치를 변경해 트렁크 공간을 기존 410리터에서 426리터로 늘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후면 모습. / 정치연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후면 모습. / 정치연 기자
◆ 경차 수준 연비·부드러운 승차감…가속력·제동력 아쉬워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2.4리터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와 회생 제동 브레이크,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로 구성된다. 최고출력은 159마력, 최대토크는 21.0kg.m이며, 38kW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계기판 좌측에 모터 구동과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클러스터를 탑재했다. / 정치연 기자
계기판 좌측에 모터 구동과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클러스터를 탑재했다. / 정치연 기자
시동을 걸자 계기판 바늘이 움직이는 것 외에 큰 변화가 없다.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에서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와 같이 EV 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다. 덕분에 저속에서 엔진 진동이나 소음의 유입이 거의 없어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승차감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를 위해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크기를 2인치 줄인 17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했다. 휠이 작아진 만큼 타이어가 두꺼워지면서 노면을 부드럽게 읽어 나가는 느낌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알로이 휠. / 정치연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알로이 휠. / 정치연 기자
연비는 경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6.2km. 기존 그랜저(HG) 하이브리드보다 8% 이상 개선된 수치다. 이날 시승에서 계기판 트립 컴퓨터로 확인한 실주행 연비는 리터당 19km로, 공인 연비보다 리터당 3km를 더 달릴 수 있었다. 정체가 거의 없는 도심과 자동차 전용 도로 80여km를 주행한 결과다.

가속력과 제동력은 아쉬웠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량이 다소 무겁게 나가는 느낌이다. 실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차 중량은 1675kg으로, 1550kg인 기존 그랜저 2.4리터 가솔린보다 125kg이나 무겁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로 차체가 무거워진 만큼 브레이크 시스템의 보강도 필요해 보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측면 모습. / 정치연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측면 모습. / 정치연 기자
◆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차…가격 경쟁력도 충분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우수한 정숙성에 부드러운 승차감, 우수한 연비까지 수입 하이브리드차와 견줘도 크게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 역동적인 주행보다 여유로운 주행을 선호한다면 가솔린·디젤보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모터나 배터리 내구성 등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품질에 대해 다양한 보장 혜택을 제시한다.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을 10년/20만km까지 보증하며, 배터리의 경우 평생 보증해준다. 중고차 가격 보장과 신차 교환 등 다양한 고객 만족 프로그램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전면 모습. / 정치연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전면 모습. / 정치연 기자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683만~4113만원으로, 그랜저 가솔린 3.0 모델(3550만~387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차에 적용되는 취등록세 면제 혜택(140만원)을 받으면 3540만~3970만원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