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결함을 바로잡는 자동차 리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리콜은 자동차가 안전 기준에 부적합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발견될 경우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 사실을 소유자에 통보하고, 시정하는 제도다. IT조선은 한국 자동차 리콜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현대·기아자동차는 7일 결함 의혹이 제기됐던 '세타2 GDi 가솔린 엔진' 탑재 차량 17만여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세타2 엔진 탑재 차량에 대한 리콜 결정이 발표된 7일 하루 현대차 주가는 2.36%(3500원) 떨어지며 시가총액 7700억원이 증발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세타2 엔진 결함에 대해 지난해 10월 엔진의 보증기간 연장을 발표했다가 6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리콜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엔진 결함의 원인을 공장 내 청정도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에서 리콜이 발표된 결함 내용과 동일하게 엔진 내부에 이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늑장 리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자동차 리콜은 제작 결함이 공개된다는 점과 사후관리 비용 발생한다는 점에서 경영 실적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도별 리콜 현황. / 정치연 기자
연도별 리콜 현황. / 정치연 기자
◆ 최근 5년간 연평균 '74만여대' 리콜…일평균 결함 신고 '30건' 이상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2012년 190개 차종 20만6000여대에 머물던 자동차 리콜 대수는 2013년 195개 차종 103만여대, 2014년 86만9000여대, 2015년 503개 차종 103만여대, 2016년 577개 차종 62만여대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74만여대가 리콜된 셈이다.

리콜 대수가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의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판매 차종이 다양화되기 때문이다. 2012년 13만여대 수준에 불과했던 수입차 시장은 2015년 24만여대, 2016년 22만여대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한국의 경우 자기인증제도를 통해 차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출시 당시 알려지지 않은 결함들이 판매 이후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리콜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동호회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차량 결함을 적극 알리고, 관계 기관에 신고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자가 직접 자동차 결함을 신고할 수 있는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에는 일평균 30건 이상의 결함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자동차리콜센터 한 관계자는 "수집된 정보는 결함 내용, 차종, 장치 등으로 분류해 일정 기간 동일 결함에 대한 발생 빈도, 지속성 등을 분석한다"며 "분석 결과 자동차의 안전과 관련한 결함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 국토교통부에 자동차 제작 결함 조사를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소비자들의 결함 신고 내역. /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소비자들의 결함 신고 내역. /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캡처
◆ 정부가 리콜 관련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과거에 비해 리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많이 확산되고 있지만, 리콜 차량이 곧 결함 차량이란 인식도 여전하다. 자동차 회사들이 제작 결함을 발견하고도 리콜 대신 무상점검을 고집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이유다.

안전과 연관성이 높은 리콜은 강제적 성격으로 반드시 자동차 소유주에게 통보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수리 기한을 한정하지 않으며, 결함을 사전에 고쳤다면 수리비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무상점검은 기한을 정해 수리해주며, 기한이 끝나면 소비자가 별도의 수리비를 내야 한다. 무상점검의 경우 의무 사항이 아니므로, 결함 시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앞세워 리콜을 장려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한국 시장보다 리콜에 적극적이다. 결함을 숨기거나 리콜에 늑장 대응할 경우 징벌적 손해 배상 등 강력한 법적 규제가 가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리콜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징벌적 보상 제도가 있어 자동차 회사가 리콜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차량 판매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며 "한국은 리콜 관련 법규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소비자는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정부가 관련 법규와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