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Wide & Wise 군사] 미국 선제타격 우려 속에 열린 2017년 북한의 열병식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입력 2017.04.16 09:29
미국의 선제타격 위협 속에 북한은 기어이 열병식을 열었다. 애초에 필자는 4월 15일쯤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추정했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리고 4월 25일쯤에 열병식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열병식이 4월 15일에 실시됐다. 이는 미국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면서 중국까지 미국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북한으로서는 당장 핵실험을 하기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칼빈슨 항모가 다시 한반도 인근해역으로 귀환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한다면 어찌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북한에게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등이 북한에게 인질로 잡힌 상황이라서 아무리 미국의 선제타격이 쉽지 않다고 해도 북한으로서도 함부로 감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열병식을 통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도대체 열병식에선 뭐가 나왔을까?



◆ 열병식의 정치학

북한군의 열병식은 1948년 인민군이 창설과 동시에 시작됐다. 36세의 김일성은 이 열병식을 통해 명실상부한 북한의 권력자임을 확인했다. 6·25 이후에도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국가적 자부심을 강조했지만, 막상 김일성 독재체재가 안정된 1960년대 이후에는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가 되면서 선군정치가 이슈가 되자 자연스럽게 열병식은 중요해졌다. 특히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최초로 드러낸 것도 2010년 10월 10일의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이었다. 그만큼 열병식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말이다.

열병식에서는 누가 참석했느냐, 누가 최고 권력자의 옆에 서 있느냐 등의 북한의 권력구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도 열병식에서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4월 15일, 그러니까 똑 같은 날 있었던 열병식에서는 중국의 사절이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2013년 7월 27일 전승절 6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리 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을, 2015년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에는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는 중국 측 사절이 없었다. 북한 외교의 고립된 단면이 드러난다.

김정은이 데뷔한 것도 2010년 노동당 창건기념 열병식이었다.
한편 권력무상도 열병식에서 확인된다. 2013년 4월 25일 인민군 창건기념 열병식까지 김정은 옆을 지키던 장성택은 그 해 말에 처형됐다. 핵심권력에 있던 김양건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반면 최근에 숙청됐다고 알려졌던 인민보위상 김원홍은 대장계급을 달고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 새로운 무기의 등장

열병식이 갖는 정치적 성격으로 인해 심지어는 등장하는 무기들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냉전시절 미국 정보당국은 소련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 공개장면을 보고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과 소련의 전략적 의도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철저히 감춰진 독재국가인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열병식에서 공개되는 무기들로 북한군의 능력과 의도를 추정해보는 기회가 마련된다.

새롭게 공개된 4연장 대함미사일. Kh-35 우란 계열의 대함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열병식에는 20종의 무기가 선보였다. 보통 30여종이 넘는 무기체계가 선보였던 과거의 열병식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이들 무기 가운데 개조됐거나 새롭게 만들어져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되는 무기들이 무려 10종에 이른다. 또한 공개된 무기 가운데 원거리를 타격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이자 전략무기에 해당하는 것들이 무려 7종이다.

2017년 4월 15일 열병식 참가 장비 및 제대
특히 전략군의 무기들은 무수단 발사차량을 제외하면 모두 새롭게 공개되는 것들이었다. 우선 궤도형 발사차에 장착된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은 앞부분에 귀날개가 장착되어 정밀한 타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KN-15('북극성-2') 미사일을 발사하는 궤도차량은 지난 2월 12일 발사장면이 공개됐는데 이번에 6대가 생산되어 양산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KN-08 미사일의 개량형이 등장했는데, 무수단 발사차량에 탑재됐다.

KN-08 개량형이 무수단 발사차량에 실려서 공개됐다. ICBM의 플랫폼을 늘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 전략군의 퍼레이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ICBM 발사차량이다. 길이 20m가 넘는 발사관이 트럭장착형과 트레일러형 2가지로 선보여졌다. 사실 과거 북한이 보여주었던 KN-08이나 KN-14발사차량보다 이렇듯 발사관에서 발사하는 ICBM이 더 많다. 중국의 DF-31 미사일이나 러시아의 토폴M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발사관을 채용한 것은 우선 KN-15에서처럼 콜드런칭, 즉 냉각발사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제 WS51200 트럭이 더 이상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지 않아, 기존의 발사대 차량을 개조하여 미사일발사관을 장착했으며, 이것만으로는 실전투입에 사용할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므로 손쉽게 자국에서 제작이 가능한 트레일러 견인방식을 채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ICBM 발사차량(위 사진). 원래 KN-08(KN-14) 발사차량(아래사진)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런 관점이면 왜 굳이 ICBM이라는 KN-08을 무수단 발사차량에 싣고 쏘도록 하는지 이해가 간다. 북한은 전략군 무기를 투발하는 플랫폼을 늘리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스커드계열 궤도차량이나 KN-15 궤도차량도 같은 맥락이면 이해가 간다. 더 이상 8륜트럭을 소련이나 중국에서 도입하기 어렵자, 북한이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전차 플랫폼에 기반한 발사대를 늘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다른 제대들은 상장이나 중장이 지휘하는데 반해 전략군 종대는 김정은의 친애를 받는 리병철 대장과 김락겸 대장이 동시에 행렬을 이끌었다. 이번 열병식에서 전략군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하겠다.

즉 북한은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서 강한 전략군을 만들었다, 니들은 과연 막을 수 있겠냐'라고 말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안보역량을 아끼지 않고 적의 이러한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새롭게 등장한 스커드 계열 개량형 미사일은 귀날개를 장착해 상당한 정확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서울대 법대와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부·방사청·합참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군사컨설팅기업 AWIC(주)의 대표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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