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존 DS(부품)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 속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팀을 사업부로 승격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은 이로써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3개 사업부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힘을 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주문형 시스템 반도체 생산설비가 위치한 S3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힘을 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주문형 시스템 반도체 생산설비가 위치한 S3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12일 DS 부문 임원 인사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함께 내놨다. 파운드리 사업부장에는 정승은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을 임명했다. 정 부사장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및 로직 공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기술은 있지만, 생산 설비가 없는 팹리스(Fabless) 등 반도체 개발 업체의 의뢰를 받아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주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고객 요청 사항에 따라 다양한 공정을 소화해야 하므로 진입 장벽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전년 대비 78.6% 증가한 45억1800만달러(5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 정도지만, 이 시장 1위인 대만 TSMC의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절대적인 탓에 순위는 4위에 올라 있다. 2위는 대만 UMC, 3위는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한 배경에는 경쟁사가 고객이 되는 이 시장 특성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 온 칩(SoC)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갤럭시 S8에 탑재되는 '엑시노트 9'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가 대표적인 예다. 퀄컴은 AP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데 삼성전자가 퀄컴의 제품을 생산해주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예는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애플에도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AP를 위탁생산했다. 하지만 애플이 2014년부터 설계 유출 우려를 빌미로 대부분의 물량을 TSMC로 돌리면서 지금의 파운드리 시장 구도가 형성됐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신설은 사업 독립성을 확보해 고객사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잃는 충격이 컸지만, 테슬라를 신규 고객으로 영입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서 다시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애플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AP 생산을 TSMC에만 몰아주기에는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공급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승격은 애플과의 재협상을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10나노(㎚, 10억분의 1m) 1세대 핀펫(FinFET) 공정 기반의 제품 양산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4월에는 10나노 2세대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 10나노 2세대 공정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여 차세대 컴퓨팅,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응용처에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파운드리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4분기까지 화성 캠퍼스에 위치한 S3 라인에 10나노 생산 설비를 증설해 보다 안정적인 양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