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으로 유명한 미국의 스냅(Snap)은 2017년 3월 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11일 스냅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IPO 이후 첫 분기 실적 발표에서 22억1000만달러(2조491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스냅 주식은 11일 시간 외 거래에서 24% 급락하며 IPO 이후 최저가인 17.55달러(1만9700원)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11일 스냅의 공동설립자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가 이날 하루동안 각각 10억달러(1조1275억원) 이상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스피겔과 머피의 보유지분은 각각 50억달러(5조6375억원, 10일)에서 38억달러(4조2845억원, 11일)로 감소했다. 이 둘은 IPO 당일 기준,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150위안에 포함됐다.

◆ 화려하게 데뷔했던 '스냅', 첫 실적발표는 기대 이하...이유는?

스냅은 IPO와 관련해 지불한 비용 20억달러(2조2550억원)가 반영됐기 때문에 손실액이 22억1000만달러(2조4917억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스냅의 1분기 매출액(1억4960만달러, 1686억원)이 시장 기대치인 1억5800만달러(1781억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일일 활성 이용자수 증가율은 36.1%로 지난해 4분기(47.7%), 지난해 3분기(62.8%)보다도 낮다.

IT전문매체 씨넷은 스냅이 지난해 선보인 사진 촬영 전용 선글라스 '스펙터클' 판매 부진, 스냅챗 모방 기능을 선보이고 있는 페이스북의 행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는 점 등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설명했다.


스냅이 지난해 출시한 ‘스펙터클' / 스냅 제공
스냅이 지난해 출시한 ‘스펙터클' / 스냅 제공
지난해 11월 스냅은 카메라가 내장돼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선글라스 스펙터클을 출시했다. 스냅은 '스냅봇'이라는 노란색 자동판매기에서 스펙터클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130달러(14만7000원)인 스펙터클은 이베이에서 한때 1000달러(112만7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스펙터클 인기는 수그러들었다. 스펙터클은 지금까지 1250만달러(140억9375억원) 어치를 팔았다. 가격이 130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9만6000대가 팔린 것이다. 이는 스냅챗 사용자 1억6600만명 중 0.05%가 구매한 것에 불과하다. 씨넷은 "스냅챗에는 매일 30억개의 사진이 올라오는데 이 중 스펙터클로 올린 사진은 500만개로 0.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도 스냅챗 성장의 걸림돌이다. 페이스북은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등에 스냅챗의 핵심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스냅챗의 일일 활성 이용자수는 1억6600만명으로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일일 활성 이용자수 2억명보다 적다. 씨넷은 "사람들이 스냅챗보다 인스타 스토리를 선호한 결과"라며 "페이스북이 스냅챗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냅 상장으로 공동창업자인 에반 스피겔 CEO /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냅 상장으로 공동창업자인 에반 스피겔 CEO /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냅챗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보다 아이폰 사용자에게 주력한 것도 패착으로 지목됐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90%는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이라 아이폰 사용자에 중점을 두는 정책은 스냅챗 성장의 한계로 작용한다.

스피겔 스냅 공동창업자는 최근 "안드로이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은 최근 안드로이드 사용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카메라와 오디오 품질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