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최근 버스 정류장에서 작은 변화를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내가 타려는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확인한다. 각 정류소마다 마련된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는 해당 정류소에 정차하는 모든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할지 알려준다. 타려는 버스가 14분 후에야 도착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버스를 그대로 기다릴 것인지, 지하철을 이용할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서울시는 22일부터 BIT에서 버스 내 혼잡도를 알려주는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정류장에 곧 도착할 버스에 탑승한 승객 수를 '여유', '보통', '혼잡' 3단계 수준으로 구분해 알려준다. 녹색으로 표시되는 '여유'는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정도, 노란색으로 표시되는 '보통'은 입석 승객이 손잡이를 하나씩 잡고 서 있을 수 있는 정도,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혼잡'은 입석 승객이 통로에 몸이 맞닿게 서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가 적용된 버스정보안내단말기의 모습. / 서울시 제공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가 적용된 버스정보안내단말기의 모습. / 서울시 제공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한 배경에는 교통카드 데이터가 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6년 하루 평균 버스 이용 승객은 549만2000명이다. 이 숫자는 교통카드 승차 태그 횟수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현금을 이용하는 승객도 여전히 일부 있지만, 교통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교통카드 데이터가 더 의미 있는 정보가 됐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물론, 추가비용 없이 환승을 하기 위해서도 교통카드는 필수다.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의 원리는 특정 버스에서 태그되는 교통카드 현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교통카드 승·하차 정보로 버스 내 승객 수를 산출하고, 차종별(대형일반·저상, 중형일반) 크기를 고려해 해당 버스의 혼잡도를 파악한다. 이 결과는 BIT로 전송돼 버스 정류장의 승객들이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시내버스 중 이 서비스가 먼저 적용된 간선·지선·순환버스의 수는 2016년 말을 기준으로 1만415대다.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BIT의 수도 총 3559대에 이른다. 여기에 버스 이용 승객별 교통카드 태그 숫자까지 고려하면 제법 빅데이터(Big data)가 된다.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는 사소해 보이지만, IT 기술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일부 현금을 내는 승객과 하차 시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는 승객, 부정승차 등으로 인해 버스 내 승객 수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마다 혼잡도를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미세하게 조율해 나가야 할 점이다. 하지만 CCTV를 이용하는 등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 없이 교통카드 태그 횟수만으로 실용적인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보다 정확한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앞으로 하차 시에도 교통카드를 꼭 태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 조선일보DB
보다 정확한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앞으로 하차 시에도 교통카드를 꼭 태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 조선일보DB
앞서 경기도는 광역급행버스와 직행 및 일반 좌석버스 등에 잔여 좌석을 표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반 시내버스에 비슷한 서비스를 적용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시는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에 대한 시민 반응을 살펴 간선·지선·순환버스 외에도 향후 다른 버스까지 서비스 확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