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던 직장인 조 모씨는 최근 발생했던 갤럭시S8 대란 사태 후 단체 채팅방을 통하면 기기를 좀 더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단체 채팅방을 찾았고 스마트폰을 싸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채팅방에서는 'ㅅㅋㅂㅇ', '59욕', '6번', '무부역'과 같은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갔다.

단체 채팅방에서 실제로 안내되고 있는 각종 은어들이다. / 카카오 단체 채팅방 캡쳐
단체 채팅방에서 실제로 안내되고 있는 각종 은어들이다. / 카카오 단체 채팅방 캡쳐
실제 개설된 단체 채팅방에서는 각종 은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ㅅㅋㅂㅇ 69욕 6번 무부역'이나 'ㅋㅌㅂㅇ ㅁㅅㄹ ㅎㅇ13번 트랙' 등이다. 첫번째 문장을 해석하면 ㅅㅋㅂㅇ(SK번호이동) 69욕(69요금제) 6번(6개월 유지 조건) 무부역(부가서비스없음)이다. 두번째는 ㅋㅌㅂㅇ(KT번호이동) ㅁㅅㄹ(모서리, 갤럭시S7엣지) ㅎㅇ(할부원금) 13번트랙(13만원)으로 해석된다.

온갖 은어를 해석하더라도 바로 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5월 중순 경 발생한 갤럭시S8 대란 사태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폐쇄적으로 변했다. 불법보조금을 신고하는 폰파라치 때문에 웬만한 곳은 구성원의 추천이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또 가입이 됐다 하더라도 실제 구매를 위해선 폰파라치나 경찰,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명함이나 재직증명서 등을 보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 저렴하게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새벽 시간에 운영된다. 접선방식 또한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새벽 2시 목동에 위치한 매장을 다녀온 한 소비자는 "들어가기 전 전화를 통해 암호를 댄 후 덩치 큰 사람 4명에 둘려 쌓여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조폭에게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이런 불법 영업이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인한 과다 리베이트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란의 원인은 이통3사다"라며 "일반적이지 않은 규모의 판매 장려금 정책을 스팟성으로 시장에 뿌리는 것이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또 "이통사의 이익을 위한 시장 왜곡 현상은 시장 안정화 역행과 심각한 이용자 차별, 이동통신산업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며 "이제 시장 왜곡 현상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단통법이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란을 보면 더욱 음성화되어 단통법 취지와는 달리 차별이 극심해졌다"며 "소비자들이 싸게 구매하는 것을 막는 지원금 상한제는 빨리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