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경 발생한 이더리움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순간 폭락)' 사태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지만 가상화폐의 시세는 일정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일부 채굴(암호화 문제를 물어 가상화폐를 획득하는 작업) 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래픽카드와 같은 장비가 매물로 나왔지만,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채굴용 시스템 '전용 하드웨어' 제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 PC 부품으로 주먹구구식의 채굴용 시스템을 구성하던 시기를 벗어나 이제는 전용 부품을 사용한 '채굴 전문 시스템'을 사용하는 시기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높은 관심이 PC 시장에서 일부 부품의 품귀 ‘대란’을 일으킨 가운데, ‘채굴용 시스템’에 최적화된 전용 하드웨어 제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스타(왼쪽)와 기가바이트의 채굴 시스템용 메인보드 모습. / 바이오스타, 기가바이트 제공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높은 관심이 PC 시장에서 일부 부품의 품귀 ‘대란’을 일으킨 가운데, ‘채굴용 시스템’에 최적화된 전용 하드웨어 제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스타(왼쪽)와 기가바이트의 채굴 시스템용 메인보드 모습. / 바이오스타, 기가바이트 제공
◆ 제조사가 점차 늘고 있는 채굴 시스템용 메인보드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열기가 장기화하면서 PC 부품 제조사들도 하나둘씩 '채굴 전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메인보드다.

기존의 채굴용 시스템에는 일반 PC용 보급형 메인보드 중에서 PCI 익스프레스(PCIe) 슬롯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 PC용 메인보드는 평균적으로 4, 5개 정도의 그래픽카드만 장착할 수 있어 채굴 효율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가상화폐 채굴시스템 전용으로 선보인 메인보드 제품은 6개에서 8개에 이르는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착 가능한 그래픽카드의 수가 늘어날수록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연산성능을 높일 수 있다. 같은 면적에 채굴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에는 바이오스타(Biostar)나 애즈락(ASRock)과 같은 보급형 메인보드 전문 브랜드들이 채굴 시스템용 메인보드를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중고급 메인보드 전문 브랜드인 기가바이트(Gigabyte)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미마이크로닉스를 통해 국내 메인보드 시장에 진출한 컬러풀(Colorful) 역시 채굴 시스템용 메인보드를 선보였다.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는 채굴 수요 폭증으로 대란이 발생한 그래픽카드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기가바이트의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의 모습. / 기가바이트 제공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는 채굴 수요 폭증으로 대란이 발생한 그래픽카드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기가바이트의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의 모습. / 기가바이트 제공
◆ 드디어 모습 드러낸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

가상화폐 채굴 사업의 핵심은 연산용 그래픽카드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다. 본래 영상 출력을 위해 만들어진 그래픽카드는 가상화폐 채굴의 핵심 연산장치로 사용되면서 채굴 시장에 대량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수요가 공급을 순식간에 초과하면서 채굴에 적합한 성능의 그래픽카드는 시장에서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일반 소비자들은 그래픽카드를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 못 사는 상황이며, 일부 모델은 아예 판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그래픽카드 대란'이다.

7월로 접어들면서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채굴 시장 전용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조금 나아질 전망이다. 사파이어,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등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를 출시했거나 곧 출시할 예정이다.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는 연산 성능만 활용할 수 있도록 화면 출력 등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사후 서비스 기간을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전용 그래픽카드가 나오면 채굴 업자 입장에서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일반용 그래픽카드를 무리해서 구매할 필요가 줄어든다.

업자들을 위한 '채굴 전용' 하드웨어 제품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핵심 부품이 없어 피해를 보고 있는 일반 소비자 시장과 조립 PC 시장은 조금씩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