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파격 행보를 두고 승부사 다운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6월 16일 미국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137억달러(15조686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사업 확장 능력에 기대감을 표시했고, 이날 아마존 주가는 2.4% 오른 987.71달러(113만930원)에 마감됐다. 아마존 시가총액은 16일 하루에만 홀푸드 인수 금액의 80%에 해당하는 110억달러(12조5950억원)가 늘었다.

제프 베조스(사진) 아마존 CEO. / 유튜브 갈무리
제프 베조스(사진) 아마존 CEO. / 유튜브 갈무리
인수 발표 직후 투자자들은 "아마존이 홀푸드가 보유한 460여 개 지점을 이용해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성공할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1994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2015년 미국의 유통 강자 월마트의 시가 총액을 앞질렀고 미국 전자상거래의 43%를 담당하며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분야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베조스의 과감한 투자 전략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미국 일부 외신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월가의 무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 주주는 베조스가 이끌면 이유를 묻지도 않고 따라 다닌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베조스 CEO는 자신의 능력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전략적 설명없이 큰 인수를 단행했다"며 "자신이 탁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주주의 돈을 낭비하는 CEO를 수도 없이 봤다"라고 비판했다.

◆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낙관적 기대 속 의문도 고개들어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시장에선 이번 합병에 대해 각종 분석을 내놓았다. 일부는 아마존이 홀푸드 매장을 이용해 고객 편의를 높일 것이라고 해석했고, 일부는 홀푸드 고객 데이터를 아마존 사업 확장에 사용하리라 전망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 거점으로 이용하거나, 아마존 에코와 같은 자체 전자기기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이들 모두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발표한 당일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주가는 4.79% 떨어졌다. 미국 CNN은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자, 미국 유통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이 아마존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킨들, 아마존 프라임을 성공적으로 이끈 베조스 CEO에 대한 믿음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베조스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비견될 만큼 창의적인 기업가로 꼽힌다. 베조스는 회사 내부의 반대를 딛고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뛰어들어 AWS를 해당 분야 1위로 만들었다. AWS은 아마존 실적을 이끈다.

2017년 1분기 기준 아마존 매출(357억달러, 40조8765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증가한 반면 AWS 매출(36억6000만달러, 4조1907억원)은 같은 기간 동안 43% 증가하는 등 실적을 이끌고 있다. 또한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10억달러, 1조1450억원)의 89%는 AWS가 차지한다. CNN에 따르면 연 99.99달러(11만4500원)의 회원제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현재 8000만명에 달한다.

아마존이 137억달러(15조6865억원)에 인수한 미국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 / 홀푸드 제공
아마존이 137억달러(15조6865억원)에 인수한 미국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 / 홀푸드 제공
베조스 CEO가 1997년 미국 나스닥 상장 당시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가치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선언한 것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다.

최근 5년간 아마존의 연간 순이익률은 5% 이하다. 2016년 매출은 1360억달러(155조7200억원)로 전년보다 20% 이상 급증했지만 순이익률은 큰 변화가 없다. 매출액 대부분을 재투자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아마존이 거둔 순이익은 57억달러(6조5265억원)로 아마존은 같은 기간동안 순이익의 10배 이상인 640억달러(73조2800억원)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2017년 1분기에만 R&D에 48억달러(5조4960억원)를 지출했다.

WSJ은 "투자자들은 베조스의 말 한마디에 '단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음으로써 장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며 "아마존은 기업공개(IPO)를 한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베조스가 말한 '장기적'인 시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 '파이어폰' 전철 밟지 않을지 우려 나와

시간이 지나자 시장에선 아마존 창업가이자 CEO인 베조스 주도로 이뤄진 이번 홀푸드 인수가 파이어폰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군다나 식료품 분야는 아마존의 취약 분야 중 하나다.

아마존은 채소, 과일 등 신선 식품을 배달해주는 '아마존 프레시'를 선보였지만, 여타서비스에 비해 호응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연간 8000억달러(916조원)에 달하는 미국 식료품 시장 강자는 월마트(시장 점유율 14.2%)이며 시장 2위인 크로거 역시 7.2%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반면 아마존의 식료품 분야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2014년 6월 아마존이 제작한 첫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소개하고 있다. / 유튜브 제공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2014년 6월 아마존이 제작한 첫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소개하고 있다. / 유튜브 제공
아마존이 내내 승승장구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킨다. 베조스 CEO가 남다른 공을 들여 개발한 스마트폰 '파이어폰(Fire Phone)은 출시한 지 1년도 안돼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졌다. 아마존이 2014년 6월 공개한 파이어폰은 개발 당시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파이어폰은 당시로써는 높은 사양에 해당하는 스냅드래곤800, 2GB 램, 13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499달러(57만1400원)에 판매를 시작했으나, 저조한 판매량을 보인 끝에 출시 7개월만에 0.99달러(1130원)로 가격을 낮추는 수모를 겪었다. 시장에선 킨들과 같이 저렴한 제품을 원했으나 아마존이 애플 아이폰과 큰 차이가 없는 고사양의 고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시장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유력 기업 잡지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파이어폰이 고성능 기기로 탄생한 것은 베조스 CEO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010년 무렵 프로젝트를 시작한 파이어폰 개발팀은 애초 킨들의 성공을 교훈 삼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수 있는 저사양 스마트폰을 준비했다. 그러나 베조스 CEO가 800만 화소로 개발 중이던 후방 카메라를 1300만 화소로 바꾸라고 지시하고, 3차원(3D) 기능을 탑재할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고사양의 파이어폰이 탄생했고, 아마존은 2014년 3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4억3700만달러(5003억6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파이어폰 사업만으로 1억7000만달러(1946억50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조스 CEO는 1990년대 말 여러 닷컴 회사에 투자했다 실패한 전력도 있다. 베조스 CEO는 당시 벤처캐피털 전문가까지 영입해 애완동물 관련 사이트 '펫츠닷컴'(pets.com), 야외스포츠 장비 판매사이트 '기어닷컴'(gear.com), 와인 전문 사이트 '와인쇼퍼닷'(wineshopper.com) 등에 수천만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아마존은 투자금을 잃었다.

◆ CNN,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워털루 전쟁' 비판

물론 베조스 CEO는 실패에 관대하다. 그는 2016년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보고서에서 "AWS를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이 '책 판매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수군거렸지만 성공했다"라며 "아마존 성공의 핵심은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의 실패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CNN은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로 식료품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월마트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소규모 식료품점만 피해를 볼 것이다"라며 "8000만명의 아마존 프라임 고객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워털루 전투'(나폴레옹의 지배 시대가 종말을 고한 전투)로 끝나고 말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