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연수(38)씨는 6월 전기료 관리비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3월 말 건조기를 설치한 후 4월 내내 건조기를 돌렸지만, 전기료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5월 전기료는 4만8680원이 나왔지만 6월 전기료는 5만1870원으로 3190원밖에 늘지 않았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며 습도가 올라 빨래를 잘 말리기 위해 건조기를 자주 사용했는데, 전기료 폭탄은 없었다.

LG전자 트롬 전기식 건조기 모습. / LG전자 제공
LG전자 트롬 전기식 건조기 모습. / LG전자 제공
장마 시즌을 앞두고 독립형 의류건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건조기는 드럼세탁기에 달린 부가 기능 정도로 여겨졌는데, 높은 습도 탓에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냄새가 나는 등 문제가 있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는 의류건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의류건조기로 한 두 시간이면 젖은 빨래를 완전히 말릴 수 있어 위생적이고 편리하다"라며 "에너지 효율성도 좋아져 최근 같은 장마철에 주부에게 인기가 많다"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온·오프라인 매장을 가리지 않고 독립형 의류건조기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롯데하이마트 판매 자료를 보면, 의류건조기 매출액은 장마가 시작된 1일부터 5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20% 늘었다. 이마트에서 1일부터 6일까지 판매된 의류건조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었고, 전자랜드의 같은 기간 판매량은 765% 증가했다.

온라인 매장 판매 상황도 엇비슷하다. 위메프 사이트를 통해 1일부터 6일까지 판매된 의류건조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9% 늘었고, 6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 옥션을 통해 판매된 의류건조기 수량은 365% 증가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은 10만대 수준이었지만 2017년 60만대쯤으로 6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의류건조기 가격이 평균 70만원쯤임을 고려하면, 1~2년 내에 연간 시장규모는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특히, 전기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의류건조기를 찾는 주부 층이 늘고 있다.

LG전자가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내놓은 트롬 전기식 건조기로 5㎏ 용량 세탁물을 건조 하면, 에너지 모드 이용 시 전기료는 135원(월 전기 사용량 400kWh 이하 가구 기준)이고 일반표준코스를 쓰면 151원이 나온다.

기존 히터방식이 뜨거운 바람으로 옷을 건조했다면,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은 습기를 빨아들이는 제습기 원리를 이용한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옷감 손상도 줄어들며, 냉매를 순환시켜서 만든 열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히터 방식 대비 전기료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전기식 건조기는 5㎏ 세탁물 기준으로 표준 코스 1회 사용 시 전기료가 약 180원이다. 저온건조와 제습 과정을 반복하는 히트펌프 기술로 고온 열풍으로 건조하는 기존 방식 대비 옷감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유럽 지역 공략용 제품을 선보였지만, 3월에는 한국 소비자를 위한 건조기를 내놓았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햇볕에 빨래를 말리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의류건조기 자체가 생소했다"라며 "미세먼지, 황사 등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 이것이 의류건조기 시장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