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터넷 암시장 '다크웹(dark web)'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알파베이 마켓(AlphaBay Market·이하 알파베이)' 사이트 운영자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닌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가지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각) 알파베이가 미국·캐나다·태국 당국의 조치로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알파베이는 운영자 중 한 명인 캐나다인 알렉산드르 카제스(Alexandre Cazes)가 태국 방콕에서 체포된 이후 폐쇄됐다.

알파베이가 폐쇄되자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사이트 운영자들은 그동안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가지고 도주했다. 카제스는 미국 인도를 앞둔 5일 자살했다.

코인데스크 사이트에 게재된 비트코인 안내 이미지. / 코인데스크 갈무리
코인데스크 사이트에 게재된 비트코인 안내 이미지. / 코인데스크 갈무리
2014년 12월 세워진 알파베이는 2013년 10월 경쟁 다크웹인 실크로드(Silk Road)가 미국 연방 정부에 의해 폐쇄된 이후 인기를 끌었다. 알파베이는 사용자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글 같은 포털에서는 검색되지 않으며 토르(Tor)처럼 암호화된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실크로드가 주로 마약 밀매를 다뤘던 반면 알파베이는 마약 외에 신용카드 번호, 총기 밀매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2017년 상반기에 알파베이에서 도난당한 신용카드 번호가 500만달러(56억805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니콜라스 크리스틴 카네기멜런대학교 부교수는 "알파베이 운영자는 매년 수수료로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라며 "하루 평균 총 거래액은 60만~80만달러(6억8172만~9억896만원)에 달했다"라고 말했다.

다크웹은 대부분의 거래를 가상 화페인 '비트코인'으로 하므로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 WSJ에 따르면, 알파베이는 불법 거래를 위해 비트코인 지급에 필요한 에스크로 기능도 갖췄다.

WSJ은 "태국에서 사망한 카제스가 알파베이를 대표하는 인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라며 "알파베이가 폐쇄되면서 운영자들이 수백만 달러 가치를 가진 비트코인을 가지고 도주했다"라고 말했다.

알파베이에 앞서 폐쇄된 다크웹 실크로드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 창업자를 체포할 당시에는 미국 당국이 3360만달러(381억7632만원)의 가치를 가진 비트코인을 압류했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울브리히트를 수사하던 정보원 한 명은 80만달러(9억896만원) 어치의 실크로드 소유 비트코인을 훔쳐 유죄 판결을 받았다"라며 "알파베이 수사 과정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