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2017년 2분기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40% 급감했다. 특허사용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퀄컴에 라이선스 비용 지급을 중단하고, 소송 비용이 증가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19일(이하 현지시각) 장 종료 직후 2분기 순이익이 8억6500만달러(9733억8450만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 14억4000만달러(1조6204억3200만원)보다 40% 감소한 수치다.

퀄컴의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 / 퀄컴 제공
퀄컴의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 / 퀄컴 제공
매출액 역시 1년 전에 비해 11% 줄어든 53억7000만달러(6조428억6100만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 54억8000만달러(6조1666억4400만원)를 밑돌았다. 특히 퀄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라이센스 부분 매출은 42% 하락하며 11억7000달러(1조3166억원)에 그쳤다.

퀄컴 분기 수익이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는 애플과의 특허료 분쟁이 꼽힌다. 애플과 다툼을 벌이기 전에 퀄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칩을 공급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한 대당 10달러(1만1300원)의 라이선스 비용을 퀄컴에 지급했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 1월 퀄컴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각각 10억달러(1조1253억원)와 10억위안(16663억3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특허료 인하를 주장하면서 양사의 분쟁은 시작됐다. 애플은 당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퀄컴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애플은 퀄컴에 대한 특허료 비용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퀄컴은 지난 5월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과 페가트론, 위스트론, 컴팔 등 애플 하청업체 4곳이 특허 사용료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퀄컴에 직접 특허료를 지급하는 여타 제조업체와 달리 아이폰 조립업체에 특허료를 준 다음, 이들 업체가 퀄컴에 특허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따른다.

또한, 퀄컴은 규제기관이 퀄컴을 조사하는 배경에 애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애플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요청했다.

애플과 퀄컴의 대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폭스콘과 페가트론, 위스트론, 컴팔 등 애플 하청업체 4곳이 퀄컴을 상대로 18일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기업은 퀄컴이 불공정한 라이센스 관행을 펼쳤다며 애플과 함께 퀄컴에 대항할 뜻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퀄컴은 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지배력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미국 연방무역위원회(IFC)는 올해 1월 퀄컴이 경쟁법을 위반했다며 제소했다.

악재가 계속되자 퀄컴을 바라보는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애플과 소송이 진행 중이라 올해 가을 선보일 아이폰 10주년 기념폰에 퀄컴 칩이 탑재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라이선스 지급 중단이 여타 협력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