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대중화 바람이 불면서 배터리 제조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경쟁도 치열하다. 이 와중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제조사의 대응이 분주하다.

LG화학의 전기자용 배터리의 모습. / LG화학 제공
LG화학의 전기자용 배터리의 모습. / LG화학 제공
최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연초 톤(t)당 3만2500달러(3660만원)이었던 코발트 가격은 7월 들어 6만1000달러(6860만원)로 90%쯤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매쿼리 리서치는 코발트 수요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생산량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배터리 시장이 2018년부터 4년 연속으로 코발트 공급부족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발트 가격 상승의 첫 번째 이유는 코발트를 쓰는 삼원계 배터리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양극재로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을 쓰는 배터리를 말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출력 성능이 좋고, 수명과 안정성도 높아 최근 중국을 비롯해 전기차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많이 찾는다.

코발트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생산량 감소도 악재 요인 중 하나다.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70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절반쯤인 340만톤이 콩고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고는 2016년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54%를 차지했다. 하지만 콩고는 최근 채산성 악화로 코발트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다, 2016년 말 예정이었던 대통령 선거가 연기되는 등 정국 불안이 계속되면서 코발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코발트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단가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낮아질 위험에 처했다. 배터리 제조사가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직접 반영할 것인지 여부는 수주 시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계약 시 주요 원료 가격 변동 사항을 전제로 가격 변동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는 큰 문제가 없다. 반면, 이 같은 조항이 없다면 제조사의 수익성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

강창범 LG화학 전지전략담당 상무는 19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발트가 배터리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형 전지의 경우 10%, 전기차용 전지는 6% 정도다"라며 "고객사에 따라 코발트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제품 판매 가격과 연동하는 논의를 진행해 상호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코발트 가격 급등에 대응해 중단기적으로는 원료 공급사와의 장기 계약이나 공급선 다변화로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코발트 의존도를 낮춘 새로운 배터리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현재 6:2:2인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8:1:1로 바꾼 차세대 삼원계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켈은 배터리 밀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원료로,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배터리 용량을 높일 수 있어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가는 전기차의 등장을 가속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니켈은 화학적 활성도가 높아 함량이 높아질수록 폭발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배터리 제조 기술력인 만큼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차세대 삼원계 배터리를 먼저 개발하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