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문제는 정부와 업체의 공동책임
정부의 방산비리 방지 노력이 진정한 명품헬기 탄생의 계기가 되길
진화적 획득과 방산생태계를 조성해 진정한 대북 억제력 확보

'수리온'으로 한 주가 뜨거웠다. 정부가 자랑하던 '명품헬기' 수리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리온이란 2006년 개발해 2012년 완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기동헬기(병력수송이 주 임무인 헬리콥터)로, 수리온의 개발로 대한민국은 11번째 헬기 개발국이 됐다. 이러한 논란의 시초는 감사원이 7월 16일에 발표한 2건의 감사보고서('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관련 비리 기동점검'과 '군용기 인증 및 무기체계 획득사업 추진실태')였다. 이 문건이 공개되면서 여파는 일파만파로 퍼졌다.

언론보도는 수리온의 실태에 대해 매우 준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투용은커녕 헬기로서 비행안전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감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12월 전력화 이후에 5차례에 걸쳐 총 354일간 운항이 중단됐다고 한다. 엔진∙동체∙탑재장비 등에 반복된 문제가 발생했고, 미국까지 가서 실시한 결빙시험은 통과하지 못했다. 결빙을 막는 장치는 결합이 잘못되어 엔진 이상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3번이나 비상착륙을 했는데, 마지막은 기체가 대파되어 수리도 못 할 정도였다. 가장 육감적인 비판으로는 비가 오면 빗물이 새어 들어온다고 해, 언론에서는 '비 새는 헬기'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수리온은 낯 간지러운 ‘명품 헬기’ 호칭 대신에 이제는 ‘비 새는 헬기’로 불린다. 이런 극단적인 반응은 방위산업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리온은 낯 간지러운 ‘명품 헬기’ 호칭 대신에 이제는 ‘비 새는 헬기’로 불린다. 이런 극단적인 반응은 방위산업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수리온의 제작사인 ㈜한국우주항공산업(이하 'KAI')은 대대적인 수사의 대상이 됐다. KAI의 대표이사는 사의를 표명했고, 임직원들은 조사대상이 되고 있다. 불똥은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으로까지 튀면서 장명진 청장은 스스로 퇴임했다.

과연 수리온의 비 새는 부실 덩어리 헬기에 불과한가? 수리온은 방산비리의 산물인가? 수리온을 개발한 책임 업체인 KAI는 비리를 저지른 회사고, 수리온은 적폐인가? 그래서 수리온 사업은 중단되어야 할까?

◆ 수리온의 지적된 문제점들

감사원의 7월 감사보고서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①결빙 문제, ②윈드쉴드-전선절단기등 기체설계상의 문제, ③전파고도계 및 HMD 등 임무탑재 장비의 문제 등이다.

우선 가장 골치 아픈 게 바로 이 결빙의 문제다. 결빙(icing) 현상이란 공기 중에 있는 과냉각 수증기나 물방울이 항공기 표면에 부착되어 얼음이 어는 현상이다. 결빙은 공기 중에 수증기량과 직접적인 관계가 높은데, 특히 저온 다습한 곳을 비행할 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결빙의 결과, 고정익기는 주익에 착빙해 조종특성이 안 좋아져 추락할 수도 있고, 허용된 크기 이상의 얼음조각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경우 엔진 고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결빙의 문제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개발한 기체는 그 능력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미군의 UH-60 블랙호크 헬기도 1979년 전력화를 했지만 결빙시험은 1982년에 완료했다. 유럽의 기종들은 형식인증 이후에 다시 결빙인증을 획득하기까지 7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

수리온은 결빙시험을 나중에 실시할 것을 조건으로 전력화를 시작했다.
수리온은 결빙시험을 나중에 실시할 것을 조건으로 전력화를 시작했다.
수리온은 시험 시에 엔진 흡입구 주변에 집중적으로 착빙이 발생해 특히 문제가 됐다. 그런데 수리온은 이 결빙문제를 해결하는 방빙(anti-icing) 장치를 운용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공기흡입조절시스템(VG 시스템)과 연계된 방빙장치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고열로 인해 VG시스템이 완전히 개방돼 엔진에 과부하가 생기는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수리온의 쌍발 엔진 중에 한쪽에만 문제가 발생해도 계기판에는 양쪽 다 고장으로 시현됨으로써 조종사가 혼란을 일으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수리온 12호기와 2호기가 2015년 1월과 2월에 각각 유사한 증상으로 비상착륙을 했음에도 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2015년 12월 수리온 4호기가 추락해 대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기체는 손상이 심해 결국 불용처리를 하게 됐다.

윈드쉴드(전방유리창)는 강도가 약해 작은 충격에도 파손됐으며, 특히 거미줄 모양으로 파손되면서 오히려 조종시야를 가리는 문제점이 있다고 감사원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전선절단기(Wire Strike Protection System)가 로터와 닿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일도 있었다. 모든 것이 경험 부족으로 인한 과오였다.

2015년 수리온 엔진사고 현황. / 육군본부
2015년 수리온 엔진사고 현황. / 육군본부
◆ 비 새는 헬기?

세상에 날아다니는 것 중에서 가장 불안정한 것이 바로 헬리콥터다. 고정된 날개에 추진력을 가해서 양력으로 나는 게 아니라, 메인로터를 돌려서 하강풍으로 비행하니 기계적인 부하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헬기는 늘 진동이 심하다. 정비를 꼼꼼히 그리고 반드시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중력의 법칙을 제일 많이 거스른 대가다.

그러다 보니 헬기를 타고 가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다. 필자도 아찔한 경험이 많았다. 호버링(제자리 비행)하는데 그 아래로 돌풍이 몰아쳐서 헬기가 균형을 잠시 잃기도 했다. 이때 필자는 문을 개방해놓고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데 하네스를 안 맸다면 필시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한 번은 헬기가 비행하는 위로 더 큰 헬기가 지나가서 그 하강풍으로 위험한 일에 빠지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 2월에 타본 러시아제 헬기는 비행하다가 엉덩이가 너무 시려서 내려다봤더니, 병력실 바닥으로 지상이 보이기까지 했다.

날아다니는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회전익기다.
날아다니는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회전익기다.
심지어는 비 오는 날 헬기를 타고 가다 보면 병력실(병력들이 타는 뒷자리) 안으로 빗방울이 새어 들어오기도 한다. 수리온 얘기가 아니다. UH-1H, UH-60, CH-47 등등 모든 헬기에 해당하는 얘기다. 한마디로 사용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비 새는 헬기'라는 섹시한 단어를 던지면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KUH-1 수리온은 대한민국이 최초로 만든 헬리콥터다. UH-1H라는 낡디낡은 헬기를 교체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1980년대말부터 있었지만, 참여정부 때가 되어서야 겨우 결심이 된 사항이다. 한마디로 수리온은 참여정부의 자식이다. 그것도 겨우 73개월만에 만들었다. 여유롭게 개발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상황이 그만큼 급했고 급한 가운데 선택을 하다 보니 유일하게 남은 선택이 유로콥터(Eurocopter; 現 에어버스 밀리터리)였다.

대한민국은 소형헬기인 휴즈 500MD를 시작으로 헬기생산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소형헬기인 휴즈 500MD를 시작으로 헬기생산을 시작했다.
◆ 대한민국 헬기 제작의 역사

최초의 국산헬기는 500MD다. 물론 이 헬기는 우리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미국 휴즈사 소형헬기를 대한항공이 면허생산 했다. 1977년 4월 국내생산 1호기를 출고한 이래 1988년까지 약 300여대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미국 휴즈(Hughes)사로 500D(민수용) 동체 516대를 수출하기도 했다. TOW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만든 무장헬기는 우리 군의 요구로 만들어져서, 이스라엘군이 도입할 때 개런티를 받기도 했다.

다음에는 좀 더 큰 기체를 면허생산했다. 1990년 H-X(차세대 헬기) 기종으로 UH-60이 선정되어 역시 대한항공이 헬기를 생산했다. 국내 생산 11호기는 1992년 출고됐다. UH-60은 약 140여대가 도입됐다. 한편 비슷한 시기 KLH(한국형 경헬기) 사업으로 500MD를 교체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는데, Bo-105가 선정되어 대우중공업에서 생산했지만 직도입 2대에 국내생산 10대에 그쳤다. 군은 KLH보다 KMH(한국형 다목적헬기) 사업을 원했다.

1995년 우리 군은 KMH 사업을 확정했는데, UH-1H는 물론이고 500MD TOW 무장헬기와 AH-1S 코브라 공격헬기까지 대체할 목적이었다. 1995년 제1회 서울 에어쇼 당시 대한항공은 유로콥터 도팽과 유사한 디자인의 모크업을 들고나와 전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심찬 KMH 사업은 외환위기로 빛을 보지 못했다가, 2001년 다시 부활하게 됐다.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회복하자 KMH 사업도 부활했다. 2001년 부활한 KMH 사업은 더욱 크고 야심차게 바뀌었다. 이제는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마치 미국의 UH-1 이로코이(Iroquois) 기동헬기가 AH-1 코브라 공격헬기로 바뀌었듯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2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최초 개발인 만큼 해외파트너 사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만들기로 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기동헬기를, 2012년까지 공격헬기를 전력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2001년 부활한 KMH 사업은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동시에 개발하는 야심 찬 계획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진은 그러한 경험을 가진 미국 벨사의 KMH 제안이다.
2001년 부활한 KMH 사업은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동시에 개발하는 야심 찬 계획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진은 그러한 경험을 가진 미국 벨사의 KMH 제안이다.
◆ 73개월의 신속한 개발

KMH 사업에서 나올 기체는 UH-1H의 사양이 기본이 되었다. 즉 9명의 무장병력을 태우고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기체였다. 문제는 같은 플랫폼으로 공격헬기까지 개발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욕심이 과했다. 총사업비는 무려 15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결국 국회가 나섰고 감사결과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타당성이 낮다는 판단이 나왔다. 그래서 우선 기동헬기만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2005년부터 사업명도 KHP(한국형 헬기사업) 기동형 개발로 바뀌었다.

감당 못 할 만큼 큰 계획을 던지면서 몇 년의 시간이 낭비됐고, 그 결과 사업은 2006년에 시작해 2012년까지 종료하기로 했다. 시험비행이나 양산일정을 생각하면 불과 4년만에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시간에 만들려면 해외제품을 베껴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간이 하도 짧다 보니, 해외업체들조차 KHP사업에 회의적이 됐다는 것이다. UH-1/AH-1의 조합을 만들어낸 것은 미국의 벨(Bell)사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벨은 자사의 기술을 줄 생각이 없었다. 아구스타웨스트랜드(AgustaWestland)는 자신들이 진행하던 사업에 공동개발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한국의 요구가 얼만큼 반영될지 미지수였다. 결국 비교적 기술제공에 가장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가장 많은 헬기 디자인을 보유했던 유로콥터사였다.

유로콥터사의 다양한 설계안들 가운데 우리 요구에 가장 맞는 것은 AS532 쿠거(Cougar) 시리즈였다. 쿠거는 유로콥터의 헬기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무려 1000여대 이상이 생산된 바 있으며, 인도나 남아공 등에서도 국산헬기 개발시 베이스모델로 사용된 바 있는 기종이었다. 우리 군은 ROC에 맞게 쿠거보다 작은 크기인 쇼트 쿠거(Short Cougar)로 동체를 새로 설계하고, 대신 쿠거에 없는 최신 항법장비 및 임무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애초에 우리는 미군의 UH-60처럼 낮고 넓은 동체의 형상인 C420 설계안을 제안했으나, 유로콥터의 강렬한 반대로 C421을 거쳐 C422 설계안이 채택되어 2007년 6월 PDR(기본설계검토)을 통해 기본설계가 확정됐다.

개발팀은 빠듯한 시간 속에서 결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쿠거의 원래 형상에 가까운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팀은 빠듯한 시간 속에서 결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쿠거의 원래 형상에 가까운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어려운 개발과정

2006년 유러콥터가 선정됐을 때, 필자는 제작사인 KAI가 고생하겠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유로콥터와 일해본 경험에 따르면, 프랑스적인 자유분방함은 한국적 사고와 맞기 어려웠다. 정부 입찰을 하는데 철저한 서류검토가 필요한 사안에서도 논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서류준비를 게을리한다거나, 간단한 이메일로 한 두 시간에 받을 수 있는 자료가 있어도 바캉스 시즌이 되면 건네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필요한 기술 자료를 요청하면 유로콥터는 '프랑스어로 된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자료 제공을 계속 미뤘다. 한 연구원의 증언에 따르면 "2007년 초 프랑스로 출장을 가 유로콥터 담당자에게 사정해 엔지니어를 통해 힘들게 기술 자료를 얻었다"며 "그런데 유로콥터의 보안담당자가 귀국하는 공항까지 쫓아와 자료를 다시 가져갔다"고 했다. 게다가 미국과는 달리 체계적인 기술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선임연구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유럽의 기업문화 역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한마디로 베끼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리온은 단순히 쿠거를 베낀 기종이 아니다. 쿠거가 원래 쓰던 튀르보메카(Turbomeca)의 마킬라(Makila) 엔진이 아니라, 우리가 면허생산 하고 있던 미제 T-700을 장착했다. 형상을 조금만 바꿔도 헬기는 진동특성이 달라지는데, 엔진을 바꿨으니 특성은 엄청나게 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거 수리온이 엔진 나사가 파손되거나 기체 내에 균열이 생겼던 것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러콥터의 경험과 국내 개발진의 노력들이 합쳐져서 그나마 지금에 이른 것이다.

한마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체이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가는 첫 기체로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들은 개발과정에서 치러야 할 수업료인 셈이다. 물론 조종사의 생명이 걸린 기체의 안정성을 가지고 도박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 해왔던 노력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듯한 접근은 문제다. 분명히 첫 기체이기 때문에 못난 점도 있다. 아니 많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쌓인 노하우만큼은 연구진과 기술진, 그리고 업체 등에 남아 있다. 그 역량을 보유하게 된 것이야말로 소중한 것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수리온을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능력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수리온을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능력이다.
◆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이 글은 수리온을 변호하기 위해서만 쓴 글은 아니다. 애초에 수리온을 쇼트 쿠거로 결정한 부분은 비판의 대상이다. 애초에 수리온의 베이스인 쿠거는 UH-60급의 헬기이다. 그런데 9명 무장병력 탑승이라는 기준에 맞추려고 굳이 기체 사이즈가 적은 모델을 선정했다. UH-1H를 대체하는 헬기라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였다.

문제는 기체의 능력이다. 수리온의 원형인 쿠거는 최대이륙중량이 9톤급(1만9840파운드) 기체다. 쿠거의 자체중량이 4.3톤이라서 약 4.7톤을 나를 수 있다. 수리온은 UH-60처럼 T700 엔진을 2개 장착하고 있는데, UH-60은 10.6톤급(2만3500파운드) 기체다. UH-60의 자중은 4.8톤이어서, 약 5.8톤을 나를 수 있다. 그런데 수리온은 최대이륙중량이 8.7톤급(1만9200파운드)이어서 비슷한데, 탑재중량은 겨우 3.7톤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중량이 무려 4.97톤에 이르러 쿠거보다도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럴 거라면 그냥 UH-60을 더 면허생산하거나, 아니면 UH-1Y(미해병대가 사용하는 UH-1 시리즈의 최종형) + AH-1Z 조합이 더 좋을 뻔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국산으로 조금 더 안정된 성능을 원한다면 시간을 주어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지금의 제네시스나 스팅어 같은 모델을 내놓기까지 거의 40년이 걸렸듯이, 국산 헬기가 '명품'이 되려면 실전으로부터 피드백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나라의 기술로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갖춘 업체가 있어야 국방력도 뒷받침된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개혁을 원한다면 바로 이러한 진화적 획득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성해주어야 한다. (진화적 획득에 관해서는 [Wide & Wise] 군사의 '진화적 획득을 위한 변명')

그래서 수리온 사태랄 것은 없다. 오히려 집중해야 할 것은 KAI 경영진의 비위 여부다.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영진의 도덕성은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AI는 IMF의 소용돌이 속에서 항공업계가 살아남고자 정부의 주도 하에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을 통합해 1999년 10월 1일 설립된 항공기 종합 개발 회사다. 주식의 26.75%를 보유한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다 보니 결국 정부가 경영진을 뽑는 구조다. 그래서 보통 사장은 '낙하산'이 되기가 쉬운데 KAI와 같은 국가적 중대성을 가진 회사에서는 더욱 그 능력과 도덕성이 중요하다.

수리온 사태의 핵심은 바로 리더십에 있다. 새 정부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수리온 사태의 핵심은 바로 리더십에 있다. 새 정부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수리온 사태의 교훈이라면 언제나 그렇듯 리더십이 중요하단 것이다. 참여정부는 너무 많은 욕심을 내다가 KHP 사업을 시작할 타이밍을 놓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6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개발일정을 그대로 방치하고 오히려 중간중간 자기 정권의 성과처럼 만들었다. 그 와중에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영진은 회사 전체를 위한 위탁경영을 했다기보단 자기 사익을 돌봤다. 사실이라면 배임·횡령의 죄가 추궁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을 이끌고 갈 리더들이 이렇게 딴짓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묵묵하게 수리온을 완성시킨 연구진과 기술진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수리온도, 대한민국의 헬기를 개발할 바탕도 전혀 없었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 모두 그 점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 바로 지금부터가 수리온을 진짜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는 때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서울대 법대와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부·방사청·합참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군사컨설팅기업 AWIC(주)의 대표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