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시중은행, 카뱅 돌풍에 수수료 내리고 ‘화들짝’

김남규 기자
입력 2017.07.28 10:04
카카오뱅크가 27일 금융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올해 4월초 서비스를 처음 시작해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열었지만, 이날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파급력이 더 크다는 게 금융권 내 공통된 시각이다.

28일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뱅킹 서비스 앱 오픈 12시간 만인 27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신규 계좌 개설 수는 18만7000명을 넘어섰고, 앱 다운로드 수도 33만5000건을 돌파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세운 기록보다 3배쯤 빠르다.

카카오뱅크 이미지. / 한국카카오은행 제공
◆ 더 주는 예금 이자, 각종 수수료 면제로 고객 '러브콜'

시간이 흐를수록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날 15시를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신규 고객 가입자 수는 시간당 1만명이 증가했는데, 17시에는 시간당 평균 1만4000여 명이 새로 계좌를 개설했다. 같은 날 17시부터 19시 사이에는 시간당 2만1500명이 계좌를 개설했다.

신규 계좌 개설 증가에 따른 여·수신 규모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날 15시까지의 누적 여신(대출) 규모는 140억원, 입출금예금 및 적금, 예금 누적액은 260억원으로 집계됐다. 17시 기준으로는 여신 141억원, 수신 360억원이었고, 19시에는 여신 145억원, 수신 426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첫날 계좌를 개설하려는 신규 고객들이 단시간에 몰려들면서 서비스가 한때 다운되는 현상이 연출됐다. 이후에도 서비스 장애가 지속돼 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는 유사한 경험을 한 케이뱅크의 사례를 목격한 카카오뱅크의 미진한 준비성을 지적하는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장애의 원인이 카카오뱅크 시스템 보다 연계된 인증기관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접속 지연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차츰 누그러들었다. 오히려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인증기관 시스템을 이용하는 타 시중은행의 비대면 심사 서비스도 비슷한 서비스 지연 현상이 나타나 역으로 카카오뱅크가 이득을 본 측면도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가 관련 기관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보다는 유관 기관에 다녀오는 채널에 데이터가 몰려 장애가 발생했다"며 "트래픽 이슈에는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뱅킹 앱 자체에 대한 안정성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금리 현황. / 한국카카오은행 제공
◆ 더 주는 예금 이자, 각종 수수료 면제로 고객 '러브콜'

카카오뱅크가 출시 첫날부터 돌풍의 주역이 된 이유는 금융 서비스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과 달리 고객의 문턱을 낮추고,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개선했으며,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서비스의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면제했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이다. 기존 시중은행의 직장인 대상 모바일 전용 신용대출의 한도가 1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 시 5000만원 정도가 더 많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신용등급 8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자도 최대 300만원까지 연 3.35% 금리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시중은행에서는 대출 자체가 불가한 계층으로 지금까지는 고금리의 제 2금융을 이용해야 했다.

카카오뱅크가 강조한 외화 송금 수수료도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파격적이다. 기존 시중은행에서 해외로 5000달러(557만6500원)를 송금하려면 최소 5만원 이상의 수수료가 내야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5000원만 내면 된다.

지난해 개인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이 89억7000만 달러(10조42억원)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수료를 내세운 카카오뱅크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외화 송금 수수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도 매력 요인이다. 카카오뱅크의 1년 만기 예·적금 상품 금리는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 2%대 이상이다. 반면,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상품은 0%대 후반이거나 최대 1%대 중반이고, 적금상품도 수협은행 한 곳만이 2.0%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외화 송금 수수료 구성도. / 한국카카오은행 제공
◆ 수수료로 땅 짚고 헤엄치던 시중은행들 눈치 보기 '급급'

카카오뱅크의 돌풍을 예상한 기존 시중은행들도 최근 모바일 뱅킹과 비대면 채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각종 수수료를 대폭 할인하는 등 대응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낸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동안 폭리를 취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달 초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기관의 수수료 수익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수익 챙기기 영업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3년 이후 국책·시중·지방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은 27조1753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그동안 매년 6조40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올해 1분기의 수수료 수익 역시 1조6987억원에 달했다. 일반인이 자주 이용하는 송금·ATM 수수료는 2011년 인하됐지만, 이후 면제·인하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해 오히려 은행권의 수익은 늘었다.

KEB하나은행의 사례를 보면 2015년 130억원이던 송금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172억원으로 32%쯤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15년 98억원이던 하나은행의 ATM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78억원으로 82%쯤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39억원을 기록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시중은행들도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외화 송금을 하면 수수료를 낮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소득증명 없이 모바일로 대출 신청이 가능한 'KB 리브 간편대출'을 출시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초 전화 한 통으로 해외 송금을 제공하는 'ARS외화송금', 국내 간편송금 중 최대인 300만원 이용한도의 '휙 서비스' 등을 새로 선보이고, 해외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대폭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며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우대환율과 리스크 관리 등 기존 은행권이 잘해왔던 분야에 대한 평가가 퇴색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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