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7일 정식 재판이 시작한 이후 넉달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는 경영권 승계 목적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래전략실 업무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DB
이재용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자리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것은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청문회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미전실 결정에 자신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사 합병은 각사 사장들과 미래전략실이 알아서 한 것이다"라며 "제가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소속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그룹이나 미래전략실 내에서 자신의 지위·위치를 묻는 특검 질문에 대해 "한 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며 "수요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을 한 적이 없어 사장단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소속은 삼성전자였고 업무 역시 95% 이상이 전자와 전자 계열사에 대한 업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전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 등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에 앞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의 코치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국정농단 사태 발발 이후 미전실 해체 결정을 '본인이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