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소속 의원 10명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추진 중인 망 중립성 원칙 폐기 운동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친(親) 통신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망 중립성 반대론자' 아짓 파이를 FCC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제정한 망 중립성 원칙 무력화에 나선 상황이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6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 위원을 포함해 미 의회 소속 의원 10명이 망 중립성 원칙 유지에 찬성하는 의견을 담아 제출한 20쪽 분량의 의견서 중 일부를 발췌해 보도했다.

미국 의회 상징 이미지. / 미국 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의회 상징 이미지. / 미국 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망 중립성은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모두 같은 조건으로 차별 없이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망 중립성 보호를 내세웠고, 2015년 FCC는 망 중립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오픈인터넷규칙'을 통과시켰다.

모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는 오픈인터넷규칙에 따라 서비스·이용자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속도 차별, 트래픽 조절 등을 할 수 없다. 또한 그동안 ISP 사업자는 '정보 서비스 사업자(타이틀 1)'로 분류됐지만, 이 규칙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가 포함된 '전기통신 서비스(타이틀 2)'로 재분류됐다.

이 조치는 ISP를 전화처럼 보편적 역무서비스 제공 의무를 지닌 공공재로 규정지은 것으로, FCC는 ISP에 요금 규제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

AT&T·버라이즌·컴캐스트 등 미국 ISP 사업자는 망 중립성 원칙에 반대한다. 이들은 망 이용대가(요금) 등을 기준으로 통신 상품과 특정 트래픽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길 원한다. 반면 구글·페이스북 등 콘텐츠 사업자는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국 정보통신사업자 분류표. / IT조선 DB
미국 정보통신사업자 분류표. / IT조선 DB
망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의원들은 "망 중립성 원칙이 제정된 이후 소비자는 더 이상 미국 ISP가 선택한 온라인 서비스에만 접속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망 중립성을 폐기하려는 FCC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 "FCC, ISP를 '정보 서비스'로 재분류하려 시도"

테크크런치는 "FCC가 2015년 제정한 망 중립성 원칙을 뒤엎는 것은 ISP를 '전기통신 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분류하려는 시도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제출한 의견서에서 "FCC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정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이유를 들며 ISP를 정보 서비스 사업자로 취급할 것을 제안한다"며 "하지만 FCC의 의견에 따를 경우 전기통신 서비스로 분류될 업체는 남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분류법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 FCC 위원장에게 직접 망 중립성 원칙 철회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독립적인 기관인 FCC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이 FCC 위원장은 "2년 전 망 중립성 원칙을 제정할 때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망 중립성 원칙 무력화에 나선 상황이다.

그는 4월 26일 "2015년 제정된 오픈인터넷규칙 중 ISP 분류를 종전대로 원위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