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부진이 길어지면서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매력적인 신차 출시는 가장 강력한 전략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셀러 경차 스파크를 기반으로 만든 SUV 크로스오버 스파크 액티브(Activ)를 후보로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연 스파크 액티브는 우리나라 도로를 누빌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쉐보레 스파크 액티브. /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스파크 액티브. / 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에 따르면 스파크 액티브는 본래 인도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 졌다. 2016년 2월 인도 델리모터쇼에서 소개한 구세대 스파크를 갖고 만든 비트 액티브가 주인공이다. 같은 해 6월에는 비트 액티브를 미국으로 가져와 이름을 스파크 액티브로 바꾸고, 시험주행에 돌입했다. 이어 2016년 11월 미국 LA 모터쇼에서 신형 스파크를 활용한 스파크 액티브를 정식 발표했다. 2017년 1월부터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3월부터 미국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미국판매 기준으로 스파크 액티브는 1.4리터 가솔린 직렬 4기통 에코텍 엔진을 얹어 98마력을 낸다. 변속기는 5단 수동과 CVT(무단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연료효율은 도심 12.8㎞/ℓ, 고속도로 15.7㎞/ℓ(CVT 기준)다.

크기는 길이 3645㎜, 너비 1595㎜, 높이 1483㎜, 휠베이스 2385㎜로, 미국형 스파크 일반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크로스오버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지상고를 100㎜ 정도 높였다는 게 쉐보레의 설명이다.

한국형 스파크는 휠베이스와 너비의 경우 미국 모델과 동일하지만 길이는 3595㎜로 50㎜ 짧고, 높이는 1475㎜로 8㎜ 낮다. 국내 경차 규격에 맞춰 개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차 규격은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0m 이하, 배기량 1000㏄ 엔진 장착차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파크와 스파크 액티브는 길이가 규격에서 벗어난다.

쉐보레 스파크. /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스파크. / 한국지엠 제공
길이가 50㎜ 더 길게 생산된 스파크 액티브는 경차 규격에 걸려 국내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형 SUV 컨셉트로 개발됐지만, 국내 경차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우리나라 경차 혜택은 개별소비세 면제, 종합보험료 할인, 취득세 면제, 지역개발 채권 의무구입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 주차장 50% 할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80% 할인, 유류세 환급(연간 20만원) 등 꽤나 강력하다. 이 혜택에 힘입어 경차 시장은 나름 영역을 확보를 할 수 있었다. 부진한 한국지엠 제품 라인업 속에서도 경차 스파크의 실적만은 방어할 수 있는 배경이다.

길이 때문에 우리 경차 분류에 들지 못하는 스파크 액티브를 출시하려면 '한국형'으로 만들기 위한 별도의 설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국내 판매 스파크와 미국에 출시된 스파크 액티브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50㎜의 길이 차이로 인해 세부 설계에서 미묘한 차이를 낳았고, 혜택을 위해 설계를 바꾸기엔 개발비가 부담된다는 것. 따라서 우리나라 공장에서 만들어 지고 있음에도 한국지엠은 스파크 액티브를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차 혜택을 포기하고 스파크 액티브를 출시하는 선택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GM의 글로벌 전략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현재 GM은 전략 라인업 외에는 제품 숫자를 줄이려고 하고,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몇 개의 제품은 단종이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경차 혜택이 없는 스파크 액티브를 출시하는 건 GM 정책에 역주행을 하는 것이라는 게 한국지엠의 인식이다. 순수전기차 볼트 EV가 '크로스오버' 스타일인 만큼 내년 수입 물량을 늘려 스파크 액티브 역할을 맡기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지엠은 "스파크를 기초로 만든 SUV 크로스오버 스파크 액티브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 중이지만 국내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미묘한 설계 차이로 인해 경형 SUV로 내놓으려면 개발 비용이 들고, 경차 혜택을 포기하고 출시하려면 GM 정책과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