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등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큰 한숨을 낸다. 제품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컬러강판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준비를 위한 가전사의 컬러강판 구매가격 인하 요청에 공급가격을 인하해야 할 형편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의 다음날이다.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며, 미 소매업 연간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쇼핑 절정기를 이룬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포스코강판, 세아제강 등 제조업체들은 삼성전자·LG전자 등에 공급하는 가전용 컬러강판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동국제강의 럭스틸 제품 모습. /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의 럭스틸 제품 모습. / 동국제강 제공
컬러강판은 TV‧세탁기 등 백색가전이나 건축 내외장재로 쓰인다. 이 중 가전용 비중은 30~40%를 차지하며, 철강업게는 수요 증가에 따라 설비 증설이나 고부가 제품 개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동국제강은 연간 75만톤을 생산하며 국내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동부제철(40~45만톤)과 포스코강판(35만톤), 세아제강(21만톤) 등은 생산량에 따라 뒤를 잇는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분석한 8월 첫째 주 국제 철광석 가격 자료를 보면, 중국 주요 항구의 운임포함인도(CFR)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73.32달러(8만3555원)로 전주 대비 5.7% 증가했다. 6월 둘째 주 가격은 54.73달러(6만2370원)로 저점을 찍었는데, 이후 7주 연속으로 가격이 증가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는 철광석 가격도 6월 말 이후 꾸준히 올랐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8월부터 열연(HR), 냉연(CR) 등 제품의 대대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시장 비수기에 들어섰고,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컬러강판의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수익을 개선하는 데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철강업계는 가전용 컬러강판 공급의 대부분을 삼성전자·LG전자에 의존 중이다. 동국제강은 삼성전자 냉장고에 들어가는 컬러강판의 90%를 담당한다. 가전 수요가 감소하는 3분기부터 블랙프라이데이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며 수요를 맞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 컬러강판 공급가격 인하에 따라 수익이 악화됐다"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3분기에도 가격 인하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은 철강업계에 불리하다. 삼성전자·LG전자의 생산 설비의 해외 이전과 국산 컬러강판을 대체할 수 있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부분 물량을 삼성전자·LG전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공급의 원칙 보다 가전사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반면 가전업계는 원자재 비중이 높은 가전제품의 경우 비수기 컬러강판 가격 인하가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2분기 가전 부문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각각 10조9200억원, 32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매출이 1.1%(1200억원), 영업이익은 68%(6800억원) 씩 줄었다. 생활가전사업부 실적의 부진 요인 중 하나가 원자재 가격 인상인 만큼 철강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생활가전은 원자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재 공급 가격을 낮춰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며 "가전 시황에 따라 원자재 공급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