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있는 달걀이 유통된 것으로 나타나 공포가 확산되는 중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잔류농약 검사 기준에는 살충제 달걀에 포함된 성분인 '피프로닐'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발 달걀 파문이 없었다면 국내에서 대응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조선비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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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가의 달걀에서 '피프로닐' 성분 0.0363ppm을 검출했다. 15일에는 경기 광주시 산란계 농가에서는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1993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사용된 살충제다. 주로 농가에서 곤충이나 진드기를 잡는 데 쓰인다. 국내에서도 소·돼지·닭처럼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식품규격(코덱스, Codex)에 따르면 달걀에 대한 피프로닐 검출 기준은 ㎏당 0.02㎎이다. 코덱스는 달걀 외에도 바나나·보리·소고기·우유·옥수수 등 식품과 관련한 피프로닐 기준을 제시한다.

하지만 식약처에 따르면, 피프로닐의 농약잔류 허용기준에 해당하는 식품은 감귤(kg당 0.05mg), 감자(kg당 0.01mg), 수박(kg당 0.01mg), 쌀(kg당 0.01mg), 오이(kg당 0.1mg) 등 다섯 가지다. 다섯 가지 이외 제품에서는 피프로닐 성분 관련 검사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상희 호서대학교 임상병리학과 독성전문 교수는 15일 한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참석해 "잔류농약기준이 없어 검사 체계에서는 들어오지 않다 보니 (피프로닐 성분을) 놓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고 언급했다.

농식품부는 6월 생산단계의 계란과 닭에 대해 피프로닐 등 20항목에 대한 검사를 했다. 식약처도 유통단계의 계란과 닭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사 결과에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를 토대로 식약처는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가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5일 뒤 농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은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 등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국민은 걱정없이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14일 밤 12시부터 모든 농장의 계란을 출하 중지시키고, 3000마리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상업 농장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검사를 실시한다. 대형마트 3사도 정부의 전수 검사 결과에 따라 달걀 판매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