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새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카허 카젬 GM 인도 사장이 선임됐다고 17일 밝혔다. 신임 카젬 사장은 9월 1일부로 한국지엠 대표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은 1995년 GM 호주에 입사, GM 홀덴 생산 부문에서 여러 핵심 직책을 맡았다. 2009년에는 GM 태국 및 아세안 지역 생산 및 품질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GM 우즈베키스탄 사장을 맡았고, 이후 2015년 GM 인도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이어 2016년 사장직에 임명됐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신임 최고경영자(CEO). / 한국지엠 제공
카허 카젬 한국지엠 신임 최고경영자(CEO). / 한국지엠 제공
앞서 한국지엠 내부에선 새 사장으로 누가 오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임 제임스 김 사장처럼 자동차 업계와 큰 관련이 없는 사람이 올 경우, 철수설에 더 힘이 실리는 게 뻔해서다. 반대로 GM이 내부 인사, 그 중에서도 본사 신임이 큰 인물을 사장으로 앉히면 한국지엠 사업 유지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것이다. 결과는 후자였다.

실제로 신임 카허 카젬 사장은 GM의 각종 사업장에서 대부분 생산 핵심 직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한국지엠이 새 사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실제 한국지엠을 괴롭히고 있는 산적한 문제점은 주로 생산에 관련된 것들로,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도 새 사장이 일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나아가 한국지엠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논의할 여지가 커졌다. 현재 한국지엠이 GM 글로벌에서 위치하고 있는 경소형차 전략 사업장에서 한 단계 나아가는 것. 그러나 전제는 늘 제조 비용에 대한 효율성 제고와 노사 리스크 해소다. 결국 카허 카젬 사장 선임은 이 부분에 대한 본사와 한국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GM이 철수한 사업장에서 임원을 맡았다는 이유로 한국 역시 비슷한 형태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게 한국지엠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공장 두개를 운영했던 GM의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했고, 연구개발 시설이나 디자인 센터 등도 없었다. 따라서 한국과 인도는 그룹 내 지위 자체가 다르다. 카허 카젬 사장의 한국 부임은 사업 철수로 인한 인력 재배치에 따른 것이지, 구조조정으로는 보기에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장에서 생산 관련 직무를 담당한 핵심 임원이 한국지엠 사장으로 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GM 글로벌에서 한국지엠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 생산 담당 임원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며, 결국 한국지엠의 고질병인 고비용 생산구조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사 관계 등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새 사장으로 오게 된 카젬 사장은 "한국지엠을 이끌게 돼 무척 기대되며, 회사의 수장으로서 사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쉐보레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고 성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