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 회장 선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3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 문재인 캠프 출신이 포함돼 있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회장직이 선정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관치금융의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해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3명의 차기 회장 후보자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임추위는 면접 결과를 반영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어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새로운 이사회 의장도 선임한다.

이번 임추위는 자사주 시세조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16일 사임을 표한 후 곧바로 진행됐다. BNK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진행되는 첫 금융지주 회장 선출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어질 타 금융지주 회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권의 관심은 외부 인사 출신인 김지완 전 부회장에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부국증권 대표와 현대증권 대표, 하나대투증권 대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차례로 역임한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에는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며 경제자문을 담당하는 고문 역할을 했다.

김 전 부회장이 최종 후보에 오르자 노조와 정치권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부산은행 노조는 김 전 부회장을 '낙하산'으로 지목하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고, 국민의당도 김 전 부회장의 후보 등록은 사실상의 회장직 낙점과 같다며 보은 인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 예로, 지금까지 BNK금융지주는 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장 직을 한 명이 겸임했다. 하지만 이번 지주 회장 선출은 부산은행과 별개로 진행해 회장과 은행장을 다른 인물이 맡게 될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을 지주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오전 BNK금융 부산은행 노조는 부산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낙하산 결사반대' 집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이사회의 독단이 BNK금융지주와 지역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청산해야 할 적폐인 외부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 각사 제공
(왼쪽부터)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 각사 제공
부산은행 노조는 김 후보자가 은행업 경력이 없고, 고령이라는 점을 후보등록 부적격 사유로 꼽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후보자 나이를 만 70세로, 신한금융이 만 67세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1946년생인 김 후보자의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 인사는 잡음이 나오는 만큼 덕망있는 인물을 내부에서 선출하는 것이 조직원 화합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은행 노조 측은 "이사회가 회장 선출 방식을 공모하기로 결정한 후, 정권과 학연·지연에 뒷배를 얻은 낙하산들이 BNK금융을 노리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김지완 후보는 사심과 야욕을 버리고 후보직에서 자진해 사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 공모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7일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채 수석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근절 의지를 보였는데, 부산지역 BNK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내정설로 노조와 사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며 "이 분은 약 30년 동안 주로 증권맨으로 일했다. 은행 업무를 한 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률에 따라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것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법치 시스템이 작동하게 해야 한다"며 "두 번 다시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금융, 낙하산 논란이 없도록 신경을 써줄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BNK금융지주는 지방은행으로 그동안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확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앞으로 진행될 공공기관 수장 선출과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