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현대자동차가 중국 내 공장이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현대차 보유한 5곳이 공장 중 충칭에 위치한 5공장을 제외하고 4개의 공장이 '올스톱'이다. 5공장이 가동 이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모든 공장이 멈춘 셈이다. 베이징현대가 부품 대금 지급하지 않자 부품업체가 납품을 거부해서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50:50 합자해 세운 베이징현대는 이미 지난주부터 공장을 전혀 돌리고 있지 못한 상태다. 베이징에 들어선 1·2·3 공장과 창저우 4공장이 모든 생산라인을 세운 것. 충칭 5공장은 아직 생산에 돌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현대차가 보유한 모든 공장이 침묵했다. 중국 내 현대차 공장 네 군데가 연간 생산하는 자동차 물량은 130만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부품 협력업체 중 하나인 베이징루이제가 밀린 돈을 달라며 지난 22일부터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만드는 곳으로, 프랑스계 플라스틱옴니엄과 중국의 회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현지 합작회사다. 매출의 약 70%를 베이징현대가 책임지고 있으며, 받지 못한 돈은 1억1100만위안(189억원)으로 파악됐다.
수 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 제조 산업은 기술 특성상 부품 한 두개의 결여는 정상 생산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핵심 부품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6년 4월 협력사간 갈등으로 공조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의 공급에 차질을 빚어 울산과 아산 공장을 하루 정도 세워야 했던 일이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부품 재고가 있어 차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번주부터는 부품이 없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며 "연료탱크는 필수부품 중 하나로 공급 재개가 어렵다면 공장 재가동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부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현대가 베이징차와 현대차가 반반씩 출자한 회사인 만큼 중국 내 판매 저하와 부품 대금 지급에 대한 베이징차의 책임도 50%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차가 부품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책임론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현재 베이징현대의 자금은 현대차만 관리하는 것이 아닌, 베이징차와 현대차가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구조로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