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증강현실(AR) 플랫폼 패권 선점에 나섰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모바일 운영체제 분야에서 iOS와 안드로이드로 경쟁을 펼치던 것이 AR 시장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구글은 29일(이하 현지시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증강현실 플랫폼 'AR코어(ARCore)'를 발표했고, 애플이 하루 전인 28일 이례적으로 6월 연례개발자회의 'WWDC 2017'에서 선보인 증강현실 개발 도구 'AR키트(ARKit)'를 시연하는 행사를 열었다.

구글의 AR코어와 애플의 AR키트는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작동하는 증강현실 앱을 만들 수 있는 개발 도구다. AR코어는 개발자 프리뷰 버전이며, AR키트는 새로운 iOS 버전인 iOS 11과 함께 9월 공개된다.

◆ 구글, 안드로이드폰용 AR제작도구 'AR코어' 발표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증강현실 카메라 플랫폼 AR코어를 발표했다.

구글이 29일 발표한 증강현실 개발도구 ‘AR코어(ARcore)’를 이용해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입힌 모습. / 유튜브 갈무리
구글이 29일 발표한 증강현실 개발도구 ‘AR코어(ARcore)’를 이용해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입힌 모습. / 유튜브 갈무리
앱 개발자는 AR코어를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와 캐릭터를 실제 세계에 배치하는 증강현실 앱이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즉, AR코어를 이용하면 2016년 큰 인기를 끈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AR코어는 구글이 2014년 선보인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탱고'처럼 별도의 적외선 감지 센서나 카메라가 없더라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증강현실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별도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출시 3년이 지난 탱고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레노보의 '팹2 프로'와 에이수스의 '젠폰AR' 등 두 종류 뿐이다.

이와 달리 AR코어로 만든 앱이나 게임은 안드로이드 7.0(누가) 버전이 탑재된 구글 '픽셀'과 삼성전자 '갤럭시S8'에서 작동한다. 구글은 2017년 말까지 AR코어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1억대로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에이수스 등과 협력할 예정이다.

데이브 버커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구글은 3년 동안 모바일 증강현실 경험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AR코어는 모든 사용자에게 증강현실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애플, 9월 공개할 'AR키트' 시연하며 맞불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 발표 하루 전인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서 AR키트를 활용한 증강현실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애플과 증강현실 기술 협업을 하는 이케아·푸드 네트워크 관계자 등이 참여했고 6명의 앱 개발자는 곧 출시될 증강현실 앱을 선보이며 개발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케아가 애플의 증강현실 개발도구 ‘AR키트(ARkit)’로 만든 증강현실 앱으로 가구를 배치해 보는 모습. / 테크크런치 갈무리
이케아가 애플의 증강현실 개발도구 ‘AR키트(ARkit)’로 만든 증강현실 앱으로 가구를 배치해 보는 모습. / 테크크런치 갈무리
이 자리에서 이케아는 '이케아 플레이스'라는 iOS용 증강현실 앱을 선보였다. 수년 전부터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지 않고도 집 안에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증강현실 기술에 관심이 있던 이케아는 이날 카탈로그에 있는 가구를 실제 현실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케아 앱을 실행한 뒤 주변 공간을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측정해 원하는 가구를 선택하면 3차원(3D)으로 가구의 색상과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이클 발드스가드 이케아 디지털 변환 책임자는 "5년 동안 2차원 증강현실 도구를 이용해 증강현실 앱을 개발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며 "애플의 AR키트를 이용해 해당 앱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AR키트를 이용하면 6~8주 만에 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AR키트는 iOS11과 A9 프로세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이폰6S와 아이패드 프로에 iOS11만 설치하면 증강현실 앱을 바로 실행시킬 수 있다.

더버지는 "구글 역시 별도의 장치 없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AR을 작동시킬 수 있는 앱을 만들 수 있는 AR코어를 선보였다"며 "AR코어는 구글의 AR 서비스 확장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며, 향후 모바일 AR 플랫폼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FT는 "AR코어와 AR키트 등장에 따라 2018년 말까지 수억명의 소비자가 AR 서비스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