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중국 내 자동차 생산대수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현대제철의 고민이 커졌다.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강판 수요가 감소하면 현대차에 대부분 물량을 납품하는 현대제철이 직접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8월 29일 중국 현지 공장 총 5곳(베이징, 장쑤, 쑤저우, 톈진, 충칭) 중 충칭을 제외한 네 곳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초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현지 부품업체에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부품사가 납품을 거부한 탓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 조선일보DB
현대제철 당진공장. / 조선일보DB
◆현대차 1~7월 중국 생산대수 41% ↓…현대제철 차강판 수출도 급감

현대차는 8월 30일 네 곳의 가동을 재개했지만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7월까지 현대차의 중국 내 생산대수는 39만6696대로 2016년 동기 대비 36.5% 감소했다. 기아차 중국 생산대수도 15만8807대로 2016년 동기 대비 50.5%나 급감했다. 양사의 전체 중국 생산대수가 55만5503대로 2016년 대비 41.3% 줄어든 셈이다.

현대제철로서는 최근 공장 가동까지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2016년 차강판 판매는 445만톤이다. 이 중 현대차에만 400만톤 이상을 공급했다. 대부분 현대차 또는 부품사 등을 통해 납품되고 현대제철 영업이익의 60% 이상(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차지한다.

이 중 현대제철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차강판 물량은 100만톤쯤이다. 중국 내 자동차 생산대수 감소로 2017년에만 30~40만톤의 중국 수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현대제철의 해법은 현대차 납품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 글로벌 車에 연간 100만톤 공급체제 구축 목표

현대제철 측은 2020년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만 100만톤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기세로는 100만톤 공급 체제를 2019년에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한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로 공급이 목표 대비 빠르게 순항하고 있다"며 "2020년 100만톤 공급 체제가 그 이전에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15년쯤 글로벌 완성차 공급 비중을 늘리기 위한 로드맵을 설정했다. 2016년 언제든 공급을 증대할 수 있도록 업체별 철강 종류 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함으로써 고객의 요구를 언제든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과거에는 차강판이 생산되는 대로 현대차에 공급하는 데 급급했다면 현재는 글로벌 차업체에 즉각 공급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017년 상반기 글로벌 차업체에 판매한 차강판은 16만8000톤으로 2016년(8만8000톤) 대비 90.9% 급증했다. 2017년 목표는 35만톤이다.

특히 글로벌 차업체에 판매되는 물량은 2018년 4월 연산 50만톤 규모의 순천 No.3 CGL 공장이 가동되는 동시에 급증할 전망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차업체 판매 증대로 현대제철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면서도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 감소가 악화될 경우 현대제철도 결국 타격이 불가피해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