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러시아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 가짜 계정이 인종 문제 등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에 광고비 10만달러(1억1292만원)를 지출했다고 발표했다.

타임스지가 5월 러시아가 페이스북 광고를 이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후 페이스북이 관련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는 미국 특별검사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6일(현지시각) 블로그를 통해 "2016년 대선 이후 러시아가 페이스북에서 구입한 광고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문이 제기돼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며 "2015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470개의 가짜 계정이 3000개의 광고에 총 10만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우리의 조사결과는 해당 계정과 페이지가 러시아에 의해 운영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 조선 DB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 조선 DB
또한 페이스북은 이번에 발견한 470개의 계정 외에 러시아에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2200개의 광고가 5만달러(5646만원)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이들 계정의 IP 주소는 미국으로 맞춰져 있지만, 러시아어로 설정해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계정은 소셜미디어에 친정부 성향의 댓글을 다는 트롤 계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러시아 회사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가 만들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러시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이 운영한 대다수의 광고는 미국 대선, 특정 후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 계정은 성 소수자·이민·인종·총기 소지 등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광고를 집행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가짜 계정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폐쇄했다. 알렉스 스테모스 페이스북 정보보안책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미국 당국과 공유했으며, 필요할 경우 계속해서 조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애덤 쉬프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계기가 됐다"며 "러시아가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한 광고가 어느 선거 캠프에서 사용됐는지, 누구를 목표로 광고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대선 이후 가짜 뉴스 진원지로 지목돼 홍역을 치렀다. 이후 페이스북은 독일, 프랑스 등에서 가짜 계정을 삭제했고 가짜 계정과 인증받지 않은 페이지를 탐지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