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은 항상 반(反) 트럼프 성향을 보였다"고 비판하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반격에 나섰다.

저커버그는 27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2016년 대선 이후 페이스북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적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페이스북 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페이스북 갈무리
저커버그는 "트럼프는 페이스북이 그를 반대했다고 말하고, 자유주의자들은 우리가 트럼프를 도왔다고 말한다"며 "양측은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의견과 콘텐츠에 화가 났는데, 모든 의견을 담는 플랫폼을 운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대선 후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는 잘못된 정보가 대선 결과를 바꿨다고 생각하는 발언에 대해 미친 생각이라고 말했다"며 "지금은 (미친 생각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으며,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대선 당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선거 과정에서 목소리를 냈고, 오프라인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호작용이 일어났으며 미디어가 다루는 주제를 넘어 모든 주제가 논의됐다"며 "선거 캠프는 온라인을 통해 수억 개의 광고를 내보내며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문제가 있는 광고보다 1000배 많은 숫자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또 "페이스북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제공하는 것부터 대통령 후보자가 수백만 명의 사람과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선거에서 (부정적인 영향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 "저커버그, 아직 가짜 뉴스 안일하게 생각해" 비판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대선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하자, 일부에서는 저커버그가 가짜 뉴스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러시아 정부가 미국 대선 과정에 페이스북 광고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고, 의회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저커버그 자신이 가짜 뉴스와 관련해 대중을 안심시키는 방송을 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태에서 여전히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비판 트윗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 페이스북 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비판 트윗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은 대선 이후 가짜 뉴스 진원지로 지목돼 홍역을 치렀다. 여기다 타임스지는 5월 러시아가 페이스북 광고를 이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대선 기간 러시아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 가짜 계정이 인종 문제 등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에 광고비 1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통로로 사용됐음을 인정했다.

또한 저커버그는 22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페이스북을 이용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악의적인 행위가 어려워질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기즈모도는 "저커버그가 대선 이후 '가짜 뉴스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때 내세웠던 논거와 같은 근거를 또다시 사용했다"며 "저커버그의 발언은 실망스러우며, 페이스북이 앞으로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그의 약속을 깎아내렸다"고 꼬집었다.

앞서 저커버그는 선거관리 공무원과 기타 기술담당 업체와 긴밀하게 협조해 정치 성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 정보를 공유하고, 페이스북 정치광고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250명의 직원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