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은 최신 IT 기기·기술을 분석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진단하는 코너 '친절한 디뷰'를 운영합니다. 디뷰는 IT조선 '디'지털부와 리'뷰'를 합친 말입니다. 친절한 디뷰는 매주 월요일, 각기 다른 주제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코닥, 롤라이, 야시카는 필름·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을 이끌어온 제조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2000년 초반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파산하고 사업을 철수합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아날로그·필름 카메라. 그런데, 최근 이들 제조사가 연이어 신제품을 발표하며 부활했습니다. 은염 필름에서부터 360도 VR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즉석 카메라 하이브리드 모델에 클래식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제품군도 다양합니다.

코닥, 롤라이, 야시카 등 필름 카메라 제조사들이 부활하고 있다. / 차주경 기자
코닥, 롤라이, 야시카 등 필름 카메라 제조사들이 부활하고 있다. / 차주경 기자
맏형격인 코닥이 가장 활발한 모습입니다. 파산 이후 사업을 재정비한 코닥은 필름을 중심으로 사진 특화 스마트폰, 액션 카메라, VR 카메라를 출시했습니다. 즉석 사진 인화 기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 코닥 프린토매틱도 돋보입니다. 롤라이는 은염 필름을, 야시카는 카메라 신제품을 각각 출시할 예정입니다.

즉석카메라 원조, 폴라로이드 역시 사업을 재개했습니다. 부활한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 '원스텝2'에 사진가들의 이목이 모이고 있습니다. 후지필름과 로모그래피는 디지털이 횡행하는 시대에서도 꿋꿋하게 아날로그·필름 부문을 유지했습니다. 후지필름의 주력은 인스탁스 즉석카메라, 로모그래피의 무기는 다양한 디자인·개성을 갖춘 필름 카메라였습니다.

아날로그·필름 카메라 신제품이 여럿 출시됐지만, 시장을 주도하던 과거의 지위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 필름 시장 규모는 전성기의 1/10 이하로 축소됐고, 그만큼 사용자와 수익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필름·아날로그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에 밀린데 이어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와도 싸워야 합니다. 다시 전성기를 찾을 길은 험난해 보입니다.

그래선지, 필름·아날로그 카메라 업계는 디지털 카메라와 직접 대결하기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모양새입니다. 첨단 디지털 기기는 편리하지만, 사용하다보면 금방 질립니다. 셔터만 누르면 카메라가 알아서 좋은 사진을 만들어주지만, 소비자들은 때로 직접 사진을 만드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합니다. 소비자들이 불편하고 투박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찾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유행을 타고, 전자기기인 탓에 수년만 지나도 못 쓰게 됩니다. 디지털 사진은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는 만큼, 소모되고 잊혀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유행을 타지 않습니다. 기계식 카메라의 경우 수십년 전 만들어진 제품이 지금까지 동작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한장 뿐'이라는 필름 사진의 희소성, 그 소중함은 모든 것이 가볍고 즉흥적이며 금세 소모되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부각되는 미덕입니다. 필름·아날로그 카메라를 앞으로 더 오래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