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도 않는 800㎒에 2600억 쓴 KT "주파수 반납 안되나요?"

이광영 기자
입력 2017.10.24 16:14 수정 2017.10.25 07:00
이통3사가 5G 상용화를 위한 주파수 조기 할당을 요구하는 가운데, KT는 과거 할당받은 800㎒ 대역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쓰지도 못할 주파수만 가져간 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유휴자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정부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KT가 보유한 800㎒ 주파수 문제와 별개로 5G용 주파수 경매를 진행할 때 KT에 별도의 패널티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KT에 면죄부를 쥐어주는 셈이다.

25일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KT가 800㎒ 대역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이용자 편익을 훼손한 것은 맞지만, 불가피한 낙찰이었다는 정상참작 사유가 있고 할당대가도 꼬박 납부하고 있다"며 "할당 취소 이상으로 제재할만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 이통업계, 한 목소리로 주파수 더 달라 주장

이통업계는 꾸준히 늘어나는 통신 트래픽을 고려해 더 많은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주파수가 부족하면 트래픽 폭증에 따른 기지국 마비 등 통신망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스마트폰이 나온 뒤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해 주파수 사용을 더 많이 요구받는다"며 "데이터 요구에 부응하려면 주파수를 더 많이 사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KT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에서 할당해 준 주파수도 6년째 이용하지 않고 내버려 둔 상태다. 경쟁사와 달리 정부에 이동통신용 신규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이동통신 3사 로고. / 각사 제공
◆ KT, 알박기 전략 실패…주파수 할당대금 '2610억원' 허공에

이통업계에 따르면 2011년 주파수 경매 당시 KT는 SK텔레콤과 1.8㎓ 대역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KT는 계열사인 KT파워텔이 이용하던 800㎒ 주파수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까지 내걸며 800㎒를 경매에 내놓자고 제안했고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었다. 해당 대역은 SK텔레콤이 2G용으로 사용하던 800㎒ 인근 대역인 만큼, KT는 SK텔레콤이 1.8㎓ 대역 대신 800㎒ 대역을 선택할 것으로 봤다.

KT의 생각과 달리 SK텔레콤은 1.8㎓를 선택해 할당 받았다. KT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이 2G 서비스 인접 대역인 800㎒ 주파수 대역까지 가져갈 경우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이른바 '알박기' 개념으로 800㎒ 대역을 최소 가격인 2610억원에 입찰해 차지했다.

하지만 800㎒ 대역은 업로드 5㎒·다운로드 5㎒ 등 총 10㎒ 폭에 불과해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인접한 900㎒ 대역을 주파수집성기술(CA)로 묶어 쓰더라도 혼간섭이 발생해 이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에 출시된 애플 아이폰5가 해당 대역을 지원하지 않는 등 문제도 있었다.

결국 KT는 해당 주파수 대역 할당 대가로 정부에 2610억원을 지불하고 있지만, 고스란히 비용만 날릴 가능성이 높다. 2017년까지 주파수 할당 조건인 '5년 내 30% 이상 투자(기지국 8700곳 설치)' 조건을 지켜야 하는데 KT가 남은 기간 할당 조건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T 한 관계자는 투자 이행 가능성에 대해 "(기지국 투자는) 쉽지 않은 문제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통업계 "알박기 하고 면죄부"…정부 "5G 주파수 할당 '페널티' 없다"

KT는 최근 5G 이동통신망 상용화가 2019년에 가능하다며 통신망 구축을 위한 주파수를 조기 공급해달라고 의견서를 냈다. 2019년 초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망 구축에만 최소 6개월~1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2018년 중 5G용 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5G용 주파수 조기 경매 및 공급은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이견을 보이지 않는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KT가 과거 낙찰받은 800㎒ 대역 10㎒ 폭 주파수를 방치한 점을 문제 삼아 향후 5G용 주파수 할당에서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한 자원인 주파수를 할당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이통사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행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향후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KT에게 별도의 '페널티'를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과거 낙찰 받은 주파수와 향후 할당 받을 5G 주파수는 별개의 사안이다"며 "지금은 제재보다는 이통사의 5G 상용화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기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KT가 주파수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없이 곧바로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페널티는 해당 주파수의 할당 기간 단축 또는 할당 취소만 가능할 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알박기' 사태를 예방할 방법이 없다.

◆ KT, '주파수 반납제도' 도입 원하지만…정부·경쟁사는 '시기상조'라고 평가

KT는 5G용 주파수 조기 공급은 물론 할당받은 800㎒ 대역 10㎒ 폭 주파수를 반환받기 위한 '주파수 반납제도' 도입 카드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눈치다.

9월 20일 오세정·김경진(국민의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전파 제도 정비 토론회에서는 이통사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주파수를 반환할 수 있는 '주파수 반납제도' 도입 필요성이 논의됐다. 반납제도가 도입되면 KT는 종전 800㎒ 주파수를 반납한 후 남은 4년간의 할당 대가를 보전받을 수 있다.

KT 한 관계자는 "주파수 반납제도는 현재 KT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이통업계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며, 5G 주파수 경매 후 탄력적 주파수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정부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반납제도가 공감대를 얻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원석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기획과장은 "반납제도는 할당방식인 경매에까지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며 "도입 전과 후의 편익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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