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김포에 거주 중인 박지수씨는 최근 동네에 설치된 회전교차로가 두렵다. 교차로에 진입한 차에 통행 우선권이 있음에도 대다수 운전자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것. 이미 유럽 등지에서 회전교차로 경험이 많은 지수씨는 아찔한 사고도 여러번 겪을 뻔했다. 차라리 회전교차로가 없었으면 하는 게 지수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회전교차로 안전하게 통과하는 법. / 도로교통공단 제공
회전교차로 안전하게 통과하는 법. / 도로교통공단 제공
1960년대 영국이 개발해 도입한 교차로 통행 시스템인 회전교차로는 원형교차로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세 방향 이상의 도로를 원형 공간을 통해 연결한 것을 말한다. 원형 공간의 중심은 통행을 막기 위해 교통섬으로 만들고, 교차로는 반시계 반향으로 통과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만 잘따르면 교차로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신호등으로 통과 순서가 결정되는 일반교차로에 비해 교통흐름이 원활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교통량이 많으면 통과 순서가 뒤엉키게 돼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 통행이 여유로운 수도권 등지에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반교차로에 익숙해진 대다수 운전자는 회전교차로 통행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교차로 내 회전 중인 차에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걸 무시하고 교차로에 무리하게 진입하는가 하면, 교차로 밖에서 대기 중인 차에게 통행 방향을 방향지시등으로 알리지 않아 차가 오랫동안 대기하는 일도 잦다.

일반적으로 회전교차로를 통과하려면 진입전 차의 속도를 30km/h 이하로 줄여야 한다. 우회전을 할 경우에는 우측, 직진이나 좌회전의 경우에는 좌측 방향지시등을 킨다. 또 무조건 교차로를 돌고 있는 차에게 통행우선권이 부여된다. 교차로 진입 전 회전 중인 차를 발견했다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게 회전교차로의 대원칙이다. 동시에 교차로에 진입했다면 넓은 도로를 이용하는 차가 우선이고, 교차로를 빠져나갈 때는 나가는 방향으로 우측 방향지시등을 점등해야 한다. 이 신호를 보고 진입하려는 차가 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해서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국내에서 회전교차로를 이용하다 보면 이미 내 차가 교차로에서 회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앞을 껴드는 경우가 허다한 것. 교차로 내에서 회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진입 예정차가 내 차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또 회전 중 진입하려는 차를 보고 교차로 내에서 정지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회전하면서 뒤따라오는 차 모두 서게 되버려 결과적으로 회전교차로의 취지가 사라져 버린다. 때문에 회전하고 있는 차도 본인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이론 시험의 중요성이 무시되기 일쑤여서 교차로 형태에 따른 올바른 통행 방법에 대한 지식을 운전자가 미리 익히지 못하는 일이 잦다. 또 운전 중 배려가 부족한 탓에 아무리 '선진입우선'이라는 표시판을 회전교차로에 세워놔도 아랑곳 하지 않은 운전자가 많다.

문제는 회전교차로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날 경우인데, 나중에 교차로에 들어온 사람이 모두 책임을 진다. 통행방법을 몰랐거나, 혹은 이를 신경쓰지 않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런 사실을 악용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몇년전 경찰 당국에 붙잡히기도 했다. 2013년 4월부터 38회의 고의 사고를 내, 보험금 2억7000만원을 받은 것. 이 일당은 고가의 수입차를 이용해 먼저 회전교차로에 진입한 후, 다른 차가 들어오면 속도를 높여 들이받는 방법으로 고의 사고를 냈다.

이와 관련 도로교통공단은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회전교차로를 안전하게 통행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올바른 태도가 중요하다"며 "회전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는 충분히 속도를 줄여 진입해야 하고, 최전하고 있는 차를 방해하지 않도록 양보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