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조세 회피처'라고 지목했던 아마존에 대한 주 정부의 세금 압박이 시작됐다. 워싱턴주가 2018년 1월 1일 발효되는 '오픈마켓 판매자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아마존은 내년부터 오픈마켓 판매자로부터 판매세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판매세를 면제해 주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 정책 유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아마존 판매자 포럼'을 통해 내년부터 제3의 판매자로부터 판매세를 징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직접 물건을 팔기도 하지만 한국의 G마켓처럼 제 삼가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 중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조선일보 DB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조선일보 DB
내년부터 판매세를 내야 하는 사람은 아마존의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판매자다.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 텍스 콜렉션' 서비스를 이용해 오픈마켓 판매자에 대한 판매세를 징수해 워싱턴주 정부에 낸다.

지금까지 아마존은 오픈마켓 판매자에게 별도의 판매세를 부과하지 않았고, 오픈마켓 판매자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방식을 따랐다. 아마존을 활용해 판매되는 제품 중 절반쯤은 오픈마켓 판매자가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아마존이 워싱턴주 내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판매세를 징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마지못한 양보에 불과하다"며 "아마존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정부가 추진 중인 판매세 징수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법정 소송을 중이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아마존이 5700만달러(628억260만원)의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며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매사추세츠주 역시 아마존에 판매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판매세는 주 정부에 따라 상품 가격의 5~10% 수준이 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오픈마켓에 대한 판매세 부과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최근 규제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은 "캐롤라이나 주 정부의 판매세 부과 노력이 위험한 조치다"라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가 '조세 회피처'라고 지목했던 아마존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그동안 오픈마켓 판매자에 대한 판매세 납부를 대행하지 않은 결과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마존은 미국 내 모든 주에서 매년 자체 판매 상품에 대한 판매세를 낸다. 하지만 오픈마켓 판매자 다수는 판매세를 자진해 내지 않아 미국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지 / 조선비즈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지 / 조선비즈 DB
NYT에 따르면 아마존 내 오픈마켓 판매자의 절반쯤은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판매용 상품을 아마존 창고에 저장한다. 아마존은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 수수료로 2017년 3분기 80억달러(8조8144억원), 2016년 3분기 56억5000만달러(6조2251억7000만원)를 벌었다. 아마존은 오픈마켓 업체 중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을 이용하는 고객은 판매세 징수 대상에서 제외한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오픈 마켓 사용자에 대한 판매세 징수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며 "워싱턴주 정부는 모든 오픈마켓 판매자에 과세하기 위해 허점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CNBC는 "아마존이 워싱턴주의 판매세 징수·납부 안을 따르기로 한 후 다른 주에서도 이런 시도가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아마존을 조세 회피처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5일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은 가짜 뉴스 생산자인 워싱턴포스트를 의회의 로비스트로 사용했고 조세 회피처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8월 16일에는 "아마존이 소매 업체가 세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해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트윗했다.

대선 기간 중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와 전쟁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워싱턴 포스트와 아마존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며 "선거에서 이기면 아마존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