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SUV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수입차를 중심으로 추세가 가파르다. 디젤차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데다 오름세에 있다고는 해도 아직 가솔린 가격이 과거에 비해 낮은 덕분이다. 여기에 연료효율이 좋은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기도 더해졌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수입 가솔린 SUV(가솔린 하이브리드 포함)은 총 50여종에 이른다. 이들은 올해 10월까지 2만490대를 합작, 지난해 기록한 1만5202대에 비해 34.8% 약진했다. 올해 수입차 전체가 전년대비 2.5% 증가에 그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 포드 제공
포드 익스플로러. / 포드 제공
상대적으로 가솔린 SUV 제품군이 부족한 유럽 브랜드와 달리,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가솔린 SUV 지형도가 특징이다. 특히 미국은 가솔린, 일본은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각각 주력하면서 나름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가솔린 SUV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차종은 포드 익스플로러 2.3이다. 올해 4682대를 기록, 지난해 3606대와 비교해 29.8% 늘었다. 녹 문제로 잠시 흔들렸지만 혼다도 분위기가 좋았다. CR-V와 파일럿이 각각 1271, 1142대를 판매했다. 캐딜락 XT5는 의미있는 판매를 보였다. 비록 281대에 그쳤어도 전체 1512대에서 18.6% 비중을 차지한 것. 적어도 잠재력은 확인한 셈이다.

캐딜락 XT5. / 캐딜락 제공
캐딜락 XT5. / 캐딜락 제공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도요타와 렉서스가 확실히 강세다. 도요타 RAV는 가솔린 제품이 지난해 939대에서 올해 837대로 다소 떨어졌지만 같은 제품의 하이브리드는 896대에서 1023대로 늘었다. 렉서스 역시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 NX300h, RX450h가 1512대, 1078대로 지난해 대비 16.5%, 53.1% 증가했다.

가솔린과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를 두고 업계는 몇가지 가설을 내놨다. 먼저 디젤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차는 환경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이런 흐름에 따라 'SUV=디젤'이라는 공식 역시 서서히 무너져 갔다.

또 인기 수입 가솔린 SUV을 살펴보면 대부분 차체가 큰 것이 특징이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제품들이 대형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포드, 짚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유럽 브랜드의 경우 대형 SUV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몰려있어 모두 억대를 호가하는 가격이 부담이다. 미국 프리미엄의 경우 이보다는 다소 저렴한 까닭에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캐딜락, 링컨이 해당한다.

차츰 오르는 추세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저렴한 가솔린 가격은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기를 부추겼다.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해 가솔린의 장점인 높은 정숙성과 저진동성을 가져가는 동시에 단점으로 꼽히는 연료효율을 전기모터를 통해 보완한다. 성능적인 부분에서도 내연기관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전기모터가 돕는다. 따라서 디젤에 버금가는 힘을 갖췄다.

렉서스 NX. / 렉서스 제공
렉서스 NX. / 렉서스 제공
이와 관련, 수입차 관계자는 "최근 가솔린과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인기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젤이 한창 인기 있을 때는 가솔린 SUV에 대한 시장 선호가 매우 낮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양상이 바뀌었다"며 "아직은 감당이 가능한 가솔린 가격, 여기에 효율 면에서 하이브리드가 각광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가솔린 SUV의 인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정 차종에 대한 의존이 높고, 디젤 SUV에 비해 제품이 부족하다"며 "또 계속 오름세에 있는 가솔린 가격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