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판매량 감소로 장난감 업계가 울상이다.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등 일부 인기 장난감을 빼면 다른 제품 판매량이 확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터닝메카드 제품처럼 어린이의 눈길을 끌 만한 메가히트 장난감이 현재 없는 상황이다"며 "히트 상품이 하나라도 터져주면 장난감 매출이 덩달아 오르는데 2017년에는 그런 상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베이블레이드 버스트를 즐기는 어린이 모습. / 김형원 기자
베이블레이드 버스트를 즐기는 어린이 모습. / 김형원 기자
최근 터닝메카드 장난감 판매량을 보면 시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2015~2016년 터닝메카드의 성공으로 매출 호조세를 보였던 장난감 전문 기업 손오공은 2017년 3분기 45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 판매됐어야 할 장난감이 안 팔려 재고가 증가했는데 이것이 영업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대형 마트는 2016년말 없어서 못 팔던 10만원 상당의 '터닝메카드 윙라이온'을 현재 2만원대에 할인 판매 중이다. 손오공은 12월 24일 개최하는 터닝메카드 챔피언십 대회서 무료 경품으로 700개를 풀며 재고떨이에 나선다.

장난감 판매량 하락은 대형 마트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판매량을 고려해 엄격한 재고 관리에 들어갔다. 한 번에 다량 납품받았던 과거와 달리 소량 구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말 특수를 노린 12월 프로모션 행사를 기획하는 데도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마트의 재고 정책에 따라 울상인 곳은 다름 아닌 장난감 유통업체다. 업계는 장난감 제조사로부터 받은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 재고로 인한 타격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마트에서 한 번에 납품하는 물량을 대폭 줄임에 따라 제품 유통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 국내 토이저러스, 어린이 장난감에서 성인 취미 상품 매장으로 변신

롯데마트는 자체 운영 중인 어린이 장난감 전문 매장 '토이저러스'를 청소년과 성인층을 겨냥한 '취미(Hobby)' 중심 독점 제안매장(Monopolistic Supplier)으로 새롭게 정의 내리는 등 변신을 시도한다.

롯데마트는 토이저러스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기존 장난감 중심에서 피규어·프라모델·드론 등 취미 상품 등으로 판매 카테고리를 늘린다. 장난감 업계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내부 팀 이름을 기존 토이저러스에서 '토이프렌즈'로 변경했고, 피규어부터 생활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토이저러스 더 태권브이 한정판 피규어. / 롯데마트 제공
토이저러스 더 태권브이 한정판 피규어. / 롯데마트 제공
토이저러스의 전략이 바뀐 것은 장난감 매출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장난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신생아용 장난감은 18.3%, 봉제 인형은 16.2%, 유아용 장난감은 14.1%씩 줄었다.

롯데마트는 장난감 매출 감소 요인으로 ▲혼인율·출산율 저하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 ▲온라인 마켓과의 가격 경쟁 등을 꼽았다. 장기적으로 어린이 인구 감소가 토이저러스 매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토이저러스가 피규어·프라모델·드론 등 키덜트 상품을 취급한다 해도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형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장난감 매출 하락이 워낙 심해 롯데마트가 키덜트 캐릭터 상품으로 매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인 대상 취미 산업에 대한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 아니라 장난감 매출 하락세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