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시장이 다시 약진 중이다. 올해 누적(11월 현재) 내수 점유율에서 15%를 넘어선 것.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완벽히 넘어선 모습이다. 내년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돌아오면 꿈의 점유율이라고 불렸던 내수 20%도 내심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21만2660대로, 지난해 같은기간 20만5162대와 비교해 3.7% 늘었다. 내년 10% 이상 고공성장 해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내수 전체가 0.8% 후퇴했으니 나름 선방한 셈이다.

덕분에 점유율은 15%를 넘었다. 11월 현재 국산차와 수입차를 합한 내수 승용 판매량은 139만5231대로, 이 중 수입차는 15.2%를 차지했다. 전년 14.6%와 비교해 0.6%포인트 늘어난 것. 현대차와 쌍용차가 각각 3.0% 포인트, 0.3% 포인트 늘어났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수입차 인기가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BMW 520d. / BMW 제공
BMW 520d. / BMW 제공
수입차를 이끄는 톱2는 당연히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다. 올해 각각 6만4902대, 5만2817대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두 회사가 수입차 시장의 55.4%를 점유하고 있다. 이외 도요타와 렉서스가 합계 2만1954대로 세를 과시했다. 수입차 점유율은 10.3%다.

2015년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수입차 시장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디젤은 수입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절대영역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차는 가솔린에서 디젤체제로 빠르게 변화한 것처럼 가솔린과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제품 전환을 이뤄냈다. 실제 지난해까지(11월 누적 기준) 33.5%였던 가솔린 비중은 올해 42.7%로 크게 뛰었고, 하이브리드도 6.9%에서 9.7%로 상승했다.

디젤 역시 마냥 판매량 하락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가 전체 디젤 신뢰를 흔들지는 못했던 것.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 단일차종을 보면 디젤차인 BMW 520d가 8195대로 1위다. 벤츠 E 220 d(6110대), BMW 320d(5074대), 520d x드라이브(4735대)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시선은 내년으로 모인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본격적인 판매를 전개할 것으로 보여서다. 두 브랜드는 판매 중지 전 연간 8만대 정도를 합작했다. 단순 계산으로 내년 수입차 시장 판매량은 8만대 정도가 늘어날 수도 있는 것. 보수적으로 6만대를 잡아 올해 성적에 대입하면 수입차 점유율은 18.7%까지 오른다. 꿈의 20% 점유율도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국산차는 고심이 크다. 수입차 영역이 확대될 수록 국산차 영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은 이미 수입차 전체보다 내수 판매가 적다. 현대차나 기아차 역시 수입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유율을 잃는다. 따라서 내년 국산차 업계가 어떻게 내수 시장을 방어할 지도 관심사다.

수입차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수입차 시장이 다소 주춤했지만, 다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 인기가 높았던 독일 브랜드 외에도 다른 유럽이나 일본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디젤게이트가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해 준 측면도 없지 않다"며 "올해 내수 승용 15%는 거의 확실시 되고, 내년 돌아오는 폴크스바겐, 아우디가 좋은 성적을 낸다면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됐던 내수 승용 20%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수입차는 국산차가 갖지 못한 다양한 차종과 동력계로 인기가 높다"며 "수입차 강세는 쭉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