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 재건을 위한 구상을 마쳤다. 스마트폰 브랜드를 일반 프리미엄 '플래그십'과 초프리미엄 '시그니처'로 이원화한 투트랙 전략으로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한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초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플래그십과 함께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 / 조선일보 DB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 / 조선일보 DB
◆예고된 MC사업본부 인사…'기본' 품은 플래그십 나올까

LG전자는 11월 30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황정환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MC사업본부장에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조성진 부회장이 2016년 12월 최고경영자(CEO)로 경영전면에 나선 뒤 오랫동안 구상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부회장은 6월 조직개편을 통해 당시 HE사업본부 소속이던 황 전무를 새로 신설한 MC사업본부 단말사업부장에 임명했다. 단말사업부는 본부장 직속 부서로 상품기획 및 개발을 담당하던 기존 '프로그램매니저오피서(PMO)' 조직 역할을 맡았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황 부사장이 HE사업본부에서 MC사업본부로 이동한 것은 결국 조준호 사장의 후임으로 가는 정해진 수순인 셈이었다"며 "MC사업본부 수장 선임에 앞서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의 MC사업본부장 선임은 LG전자 스마트폰이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결단으로 볼 수 있다. 황 부사장은 2011년 출시된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HE사업본부에서도 TV연구소장·TV개발담당 전무·HE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등 연구개발(R&D) 노하우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서 MC사업본부 수장이었던 조준호 사장에게 마케팅 전문가 역량을 기대했다면, 황 부사장은 개발 역량을 강점으로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 사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18년 초 출시되는 G7도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LG 시그니처 에디션. / LG전자 제공
LG 시그니처 에디션. / LG전자 제공
◆조성진의 '시그니처 에디션', 스마트폰 부진 탈피 신호탄?

LG전자는 7일 200만원대 초고가 프리미엄폰 'LG 시그니처 에디션'을 출시했다. 300대 한정으로 국내에서만 판매되며 12월 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스냅드래곤 835 모바일 프로세서(AP)를 중심으로 6GB 메모리, 저장공간 256GB 등이 제공된다. 현존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 사양이다.

LG 시그니처는 정제된 아름다움, 본질에 집중한 최고 성능, 혁신적인 사용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OLED TV, 세탁기, 냉장고 등 LG전자 초프리미엄 가전을 대표하며 조성진 부회장이 공을 들인 명품 브랜드로 유명하다. 시그니처 에디션 역시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시그니처 에디션 출시에는 조 부회장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됐다"며 "저평가된 스마트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하고 있다. 2017년 4분기 역시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MC사업을 재검토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쓴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 재건을 위한 조 부회장의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반전의 불씨가 지펴졌다. LG전자 내부에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한 V30는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았지만 완성도에서 호평을 받는 등 소비자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됐고 적자 폭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 2018년에는 빛을 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