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작업은 물론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용 하이엔드 데스크톱(HEDT) 프로세서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다. HEDT 프로세서는 대형 시스템 수준에서 처리해야할 것 같은 이러한 작업들을 중소업체는 물론 개인들이 PC 레벨을 통해 이뤄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인 인텔이 새로운 이름과 더욱 강력해진 성능, 더욱 진보한 설계를 탑재한 HEDT용 프로세서 제품군을 내놨다. 2017년 여름 새롭게 공개한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 제품군이다.
인텔 코어 X시리즈는 그중에서도 '전문가용 PC'를 위한 새로운 HEDT용 라인업이다. ▲더욱 늘어난 코어 개수 ▲메시 아키텍처 도입 ▲새로운 AVX-512 명령어 세트 지원 등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기존 인텔 HEDT 프로세서인 익스트림 라인업의 경우 코어 개수가 최대 10개였지만 코어 X시리즈는 최대 18개까지 늘어났다. 늘어난 코어 수 만큼 동시에 더 많은 작업 및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어 멀티태스킹(다중작업) 성능이 향상됨은 물론, 병렬처리 성능의 강화로 더욱 복잡한 연산 처리가 가능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어 X시리즈는 서버 및 슈퍼컴퓨터 등에서 사용되는 차세대 제온(XEON) 프로세서에 적용된 '메시(Mesh)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다수의 코어가 고리 모양으로 연결된 기존 모델의 '링 버스' 구조와 달리 메시 아키텍처는 다수의 코어가 그물망 형태로 연결되어 있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경로를 단축, 코어 수 증가로 인한 성능 저하를 막는다.
AVX-512는 복잡한 고급 명령어를 처리하는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 명령어 세트의 연산 대역폭을 기존의 256비트(bit)에서 512bit로 두 배로 확대한 새로운 명령어 세트다. 간단히 말해 복잡하고 방대한 연산처리 성능 한계가 배로 향상되어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존 세대와 비교해 기술 및 성능적으로 강화된 코어 X시리즈는 더욱 복잡한 명령어와 방대한 연산처리 성능이 필요한 분야에 사용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차세대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각종 설계개발용 시뮬레이션 ▲방대한 데이터 분석 및 해석 등이다.
◆ 차세대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개발 및 제작
오늘날 차세대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4K(3840x2160) 이상의 초고화질 콘텐츠, 단순 3D를 넘어 360도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가상현실(VR) 등이 그것이다.
고화질 콘텐츠의 경우 해상도가 증가할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풀HD(1920x1080) 콘텐츠와 비교해 4K 콘텐츠는 이론상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4배로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영상만 보여주는 스마트폰 기반 VR 콘텐츠와 달리 PC 기반 VR 콘텐츠의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높고 헤드셋 가격이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만한 VR 콘텐츠를 안정적이고 쾌적하게 개발하려면 막대한 처리 성능이 필요하다.
이처럼 거대해진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데이터를 일반 개인용 프로세서로 다루려면 작업 시간이 배가 아닌 곱절로 증가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코어 X시리즈 같은 다 코어 HEDT 프로세서가 필요한 이유다.
◆ 각종 설계 및 개발용 시뮬레이션 분야
과거 자동차나 선박, 비행기 등 각종 기계장치를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에는 실물과 똑같은 크기 또는 1/n 크기로 줄인 모형 제작이 필수적으로 따라왔다. 이는 도면상으로는 불가능한 각종 물리적 테스트를 실물을 통해 진행하고, 그에 따라 설계를 변경 및 수정하기 위해서다.
시뮬레이션은 중력과 가속, 열량, 질량, 밀도 등의 기본적인 물리 데이터는 물론,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의 흐름, 마찰계수와 같은 소재에 따른 물리적인 특성처럼 상황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가 넘는 파라미터가 동시에 적용되어 진행되며, 그 결과 또한 실시간으로 분석하게 된다. 일반 제조 산업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서도 시뮬레이션은 널리 사용된다. 이는 결과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슈퍼컴퓨터로만 가능했던 시뮬레이션은 오늘날에는 코어 X시리즈 같은 HEDT 프로세서 기반의 워크스테이션 PC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손안에 들고 다니는 최신 스마트폰의 성능이 십여 년 전 PC보다 성능이 좋은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오늘날 연구개발 분야에서 코어 X시리즈와 같은 HEDT 프로세서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방대한 데이터 분석 및 해석
'인공지능(AI)'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 중 하나다. 아무런 데이터가 없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판단하는 방식이 아닌,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정답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수준이 한두 가지의 간단한 문제 해결이 아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 가까운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서는 GPU만으로는 부족하다. 복잡하고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와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멀티 코어 프로세서도 요구된다.
인공지능 연구와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텔 코어 X시리즈의 판매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처럼 슈퍼컴퓨터나 메인 프레임급의 컴퓨팅 시스템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규모의 연구소에서 인텔 코어 X시리즈가 탑재된 워크스테이션을 다수 확보해 인공지능 연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온전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종 연구 개발을 위한 '전문가용 컴퓨터'는 이미 대기업을 넘어 중소규모 사업장과 일반 개인용 PC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대형 시스템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PC 레벨로 끌어 내린 인텔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는 앞으로의 디지털 시대를 지탱할 새로운 '디지털 역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