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4년 TV판 마징가Z는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 했을까. 마징가Z TV애니메이션 종영으로부터 무려 44년이나 지나버린 지금 마징가의 최후를 기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마징가Z의 최후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작품이 세상에 막 등장할 참이다. 일본 현지서 31일 극장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마징가Z 인피니티'가 그 주인공이다.
원작자인 만화가 나가이고의 만화 작품활동 50주년 기념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된 극장 애니메이션 '마징가Z 인피니티'는 1974년 종영된 TV판 마징가Z 이야기 10년 후의 세상을 그린 작품이다.
극장판 마징가Z는 1970년대 TV애니메이션과 비교할 때 첨단 기술이 대거 투입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이 탑승한 호버파일더와 마징가 로봇이 합체되는 명장면인 '파일더온!'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수준 높은 비주얼로 긴장감을 더한다.
극장판 마징가Z의 등장은 1974년 마징가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당시 어린이이자 현 중년층의 기억샘을 자극하고도 남을 수 있다. 다만 TV 실시간 방송 후 무려 '44년'이 지나버린 지금 마징가Z의 최후를 기억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 1974년 마징가Z의 최후
1972년부터 1974년까지 방영된 TV판 마징가Z는 일본 후지TV 최고시청률인 30.4%를 기록할 만큼 어린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어린이 사이에서는 '영웅'으로 군림했던 마징가의 최후는 처참함을 넘어 충격을 줬다. 일본 현지의 한 50대 마징가 팬은 광자력 엔진과 초합금Z로 무장한 천하무적 마징가가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쓰러지는 장면은 이를 지켜보던 어린이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했다고 증언했다.
기계괴수에게 쓰러져 마징가 본체에서 분리된 호버파일더 속에서 허공을 바라보던 주인공 카부토 코우지의 눈에 마징가 기지인 광자력 연구소로 날아오는 한 대의 마징가 로봇이 보인다. 그 기체가 바로 '그레이트 마징가'였다.
그레이트 마징가는 마징가Z를 걸레짝으로 만들었던 두 기계괴수를 '그레이트 부메랑'과 '마징가 블레이드'로 단숨에 물리치는 위엄을 보인 뒤 사라진다.
1974년 9월 1일 방영됐던 TV판 마징가Z의 마지막 편이 같은해 9월 8일 공개된 '그레이트 마징가'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마징가Z에서 그레이트 마징가로의 전환 만큼 강렬한 주인공 교체극은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마징가Z에서 그랜다이저로 이어지는 마징가 3부작
일본 출판사 후타바가 출간한 마징가 관련 서적 '마신전서(魔神全書)'에 따르면 '그레이트 마징가'는 마징가Z 26화부터 발생한 시청률 하락에 따라 기획된 작품이다. 1973년 당시 '갓 마징가'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거론됐으나 결과적으로 그레이트 마징가가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그레이트 마징가의 주인공은 카부토 켄조 박사의 양아들 '쯔르기 테츠야'와 양딸 '호노오 쥰'이다. 이 둘은 어린시절부터 그레이트 마징가와 여성형 슈퍼로봇 뷰나스A의 조종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당시 일본 현지 조사에 따르면, 그레이트 마징가 애니메이션의 평균시청률은 22.8%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을 좌지우지 하는 장난감 판매량에서 그레이트 마징가는 전작인 마징가Z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토이저널 2003년판에 따르면 1974년 장난감 제조사 포피 캐릭터별 장난감 판매 순위서 4위를, 1975년에는 순위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격었다. 반면, 마징가Z 장난감은 1974년 1위를 기록했다.
그랜다이저 스토리는 애초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가 만든 단편작 '우주원반대전쟁(宇宙円盤大戦争)'에 마징가 시리즈를 더해 구성됐다.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의 악당과 배경을 지구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우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에니메이션 업계는 1975년작 그랜다이저가 '콤바트라V(1976년작)' 등 외계인의 지구침략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등장을 가속화시켰다고 평가한다.
그렌다이저는 프리드 혹성의 왕자 듀크가 우주정복을 꿈꾸는 베가별 연합군의 침략을 피해 지구로 온 뒤 지구에서 베가연합군을 상대로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슈퍼로봇 그렌다이저는 원반 형태 비행체인 '스페이서'와 합체해 공중 전투를 할 수 있다.
마징가 시리즈 아버지인 만화가 '나가이 고'는 그랜다이저 이후 1984년 '갓 마징가', 2001년 '마징카이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인다.
◆ 초합금 장난감의 탄생
마징가Z는 '초합금(超合金)' 장난감 브랜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반다이로 통합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장난감 전문 기업 '포피'가 만들어낸 초합금 장난감 1호는 '마징가Z'였으며, 이 제품은 1974년 일본 현지 캐릭터 장난감 판매량 1위에 오르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철제 아연 부품을 다수 사용해 튼튼하게 제작된 초합금 장난감의 이름은 만화 속 마징가Z를 만드는데 사용한 소재 '초합금Z'에서 따온 것이다.
◆ 슈퍼로봇 붐의 초석
마징가Z는 '슈퍼로봇'의 대명사다. 1956년 '철인28호'로부터 시작된 슈퍼로봇의 역사는 1972년 등장한 '마징가Z'로 정점을 찍는다. 가오가이거·그렌라간 등 마징가 이후 많은 슈퍼로봇이 등장했지만, 마징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평가다.
인기 게임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만든 테라다 타카노부 프로듀서는 슈퍼로봇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로 움직이는 로봇'이라고 정의했다. 마징가 역시 거대한 몸집을 움직이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인 광자력을 사용한다.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인기의 중심에는 만화가 나가이 고와 로봇 마징가가 있다. 마징가 시리즈를 완성한 나가이는 겟타로보·강철지그 등 슈퍼로봇도 탄생시켰으며, 이들 로봇의 인기는 1970~1980년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탄생의 초석이 됐다.
마징가Z는 할아버지에서 손자로 이어지는 세대를 관통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만화가 나가이 고와 마징가는 이 지구상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거론될 작품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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