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을 하거나 협업을 늘려간다. 양사는 9일(이하 현지시각)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18에서 '합종연횡' 성과물 공개를 통해 대결구도를 펼친다.

디네쉬 팔리월(사진) 하만 대표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삼성과 협업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디네쉬 팔리월(사진) 하만 대표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삼성과 협업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2016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하만 전장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 성과물을 CES에서 처음 공개했다. LG전자는 구글과 AI 분야 협업을 택했고,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과 공동 개발한 신제품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삼성전자의 첨단 IT기술과 하만의 전장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차량용 빅스비와 스마트싱스가 적용된 차세대 AI 플랫폼이다.

운전자가 디지털 콕핏을 통해 음성만으로 집안 기기를 제어하고, 동승자는 초고화질 드라마를 집 안에서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삼성 커넥트, 아틱을 스마트싱스 클라우드로 통합하고, 하만의 전장용 플랫폼인 이그나이트까지 연동한다. 집 안의 가전제품에서 차 안의 오디오까지 제3자 기기·서비스·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다 쉽고 일관된 소비자 경험을 전달할 계획이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대표는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5G-레디 TCU를 공개했다. 디네쉬 팔리월 대표는 "TCU에 5G가 적용되면 도로·차량·행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해 더욱 안전한 운행을 돕고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업계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콧 허프만(사진)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총책임자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LG전자와 구글이 협력한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제공
스콧 허프만(사진)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총책임자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LG전자와 구글이 협력한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제공
LG전자는 8일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가전 제품에 구글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접목한 사례를 소개했다.

스콧 허프만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총책임자는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 분야에서 강력한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며 "LG전자 제품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만나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LG 씽큐 스피커는 AI 분야에서 LG전자와 구글의 협력을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소개했다.

LG전자는 CES에서 발표한 사운드바, 포터블 스피커, AI 스피커 등 오디오 신제품 주요 모델에 메리디안과 공동 개발한 고음질 음향기술을 탑재했다.

LG전자는 2017년 초부터 메리디안과 함께 사운드바, 포터블 스피커 등에 최적화된 음향 기술을 적용하고, 더 나은 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메리디안과 협업한 사운드바 3종 제품은 원음을 그대로 담은 무손실 음원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업비트, 업샘플링 기능으로 일반 음원도 최대 24비트, 192㎑의 고음질로 구현한다. 메리디안 사운드 기술이 들어간 포터블 스피커 'PK시리즈' 3종도 공개했다. PK시리즈는 작은크기에도 풍성한 저음과 명료한 고음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소리를 낸다.

앞서 LG전자는 하만, AKG 등과 협업했다. LG 올레드 TV에는 하만카돈 사운드를 적용했고,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에는 모델에 따라 하만카돈, AKG 음향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하만카돈, AKG가 모두 삼성전자에 인수되면서 LG전자의 시선이 메리디안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와 메리디안 간 협업은 음향 분야에서 하만 인수를 토대로 사업을 대폭 확장 중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