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분야의 가장 큰 흐름은 연결성(커넥티비티), 자율화, 전기동력화다. 이중 연결성은 자동차가 단일 모빌리티(이동수단)를 넘어 외부 네트워크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차-차, 차-도로 등의 소통이 필수적인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모든 커넥티드카가 자율주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자율주행차는 커넥티비티를 무조건 필요로 한다. 소통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 커넥티드카, 빠른 성장…V2X 통신의 고속도로화에 5G 통신 활용

커넥티드카 시장은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BI 인텔리전스는 2020년이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9200만대 중 6900만대(75%)가 연결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랜시페어런시 마켓 리서치 또한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이 2019년까지 1320억달러(140조5536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세로, 2021년 1335억달러(142조1508억)로 확대된다고 예측했다.

연결성(커넥티비티)이 자동차 기술분야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 SKT블로그 갈무리
연결성(커넥티비티)이 자동차 기술분야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 SKT블로그 갈무리
이런 시장 흐름에 따라 커넥티드카 분야는 자동차와 비(非)자동차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에 IT 기술이 결합되고 있어서다. 따라서 미래 자동차 시장은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자동차와 ICT 기업은 경쟁을 택하지 않고, 공존을 시도 중이다. 12일(현지시각) 폐막한 세계최대 정보기술 전시회인 2018 CES도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커넥티비티는 5세대 이동통신, 즉 5G 통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5G 통신의 높은 데이터 처리 능력과 속도를 연결성에 활용하는 것이다. 5G(국제통신연합 기준속도 20Gbps)는 기존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75Mbps)보다 최소 270배 이상 빠르다. 또 통신 지연시간이 현저히 적다. 예를 들어 5G 통신을 자동차에 적용하면 운전자가 주행 중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위험한 교통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와 각 도로 요소간 소통이 중요하다. / SKT블로그 갈무리
자율주행 시대에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와 각 도로 요소간 소통이 중요하다. / SKT블로그 갈무리
자동차 회사와 통신기업의 행보도 발빠르게 진행 중이다. 2016년 9월 27일 BMW, 아우디, 다임러 등은 에릭슨, 화웨이, 인텔,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IT 기업과 함께 '5G 자동차 협회(5G Automotive Association, 5GAA)'를 설립했다. 이 연합은 자동차 연결성 모빌리티 통신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기로 발표했다.

◆ 수입차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기술 개발 중인 BMW…SKT · 에릭슨과 손잡아

BMW는 개별시장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SK텔레콤(SKT)과 협력 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6년 11월 SKT와 5G 무선통신 커넥티드카 기술 연구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이어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를 위해 BMW 드라이빙 센터에는 28GHz 주파수 대역의 5G 파일럿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BMW X5와 7시리즈에 5G 단말기를 장착하고 다양한 커넥티드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2020년 상용화를 앞둔 5G 무선통신 기술을 미리 자동차에 적용하고, 실제 자동차 주행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두 차는 보이지 않는 전방 자동차의 위치, 속도 등의 교통상황을 파악하면서 안전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BMW-SKT의 5G 커넥티드카 개발에 활용 중인 X5와 7시리즈. / SKT블로그 갈무리
BMW-SKT의 5G 커넥티드카 개발에 활용 중인 X5와 7시리즈. / SKT블로그 갈무리
시연회 이후 BMW와 SKT는 5G의 특성과 사용사례를 위한 기술 연구에 들어갔다. 먼저 'mmWave'라고 불리는 28GHz의 고주파 대역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5G 주파수 대역 후보군으로 3.5GHz와 28GHz가 선정된 것에 따른 것이다.

28GHz는 넓은 대역폭(1GHz)을 이용해 20Gbps에 달하는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주파 특성상 커버리지가 짧아 자동차와 같이 고속으로 이동하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접속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SKT는 5G 대표 기술 중 하나인 빔포밍(Beaming forming), 빔트래킹(Beam tracking) 기술 등을 이용, 고속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여기에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이 합류해 BMW와 SKT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 2016년 국내 최대 규모의 5G 통신 환경을 구축하는 동시에 이동 환경 테스트를 실시했다.

2017년 초에는 10㎞/h부터 170㎞/h까지 다양한 속도에서 5G 성능에 대한 테스트를 펼쳤다. 빔포밍과 빔트랙킹 기술을 통해 170㎞/h에서 3.6Gbps 다운링크 속도를 측정했고, 세계에게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록했다. 빠른 이동으로 안테나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도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한 것. 또 고주파와 고속 이동 환경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 요건에 대해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냈다.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는 28GHz 기지국의 서비스 반경을 테스트했다. 이는 통신 서비스 반경에 기지국 송신 파워와 단말기 송신 파워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선행 연구에서 파악했기 때문이다. BMW와 SKT는 자동차에 장착한 단말기의 송신 파워와 신호품질을 높여 서비스 반경을 늘리는 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LTE 기지국의 서비스 반경과 비교해 28GHz 고주파가 가진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자동차 환경에서는 핫스팟(hot spot)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다.

커넥티드카를 함께 개발 중인 BMW-SKT-에릭슨. / SKT블로그 갈무리
커넥티드카를 함께 개발 중인 BMW-SKT-에릭슨. / SKT블로그 갈무리
2017년 12월에는 28GHz 대역이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유리하다는 것에 착안해 인포테인먼트와 실시간 지도 전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 진단 정보 업로드 등의 다양한 사용 사례를 실험했다. 제한적 환경이 아닌, 실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28GHz 5G 핫스팟에서의 데이터 전송 성능과 QoS(Quality of Service)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졌다. 또 5G 핫스팟 네트워크에 진입하고 통과하는 시나리오를 12월 22일까지 테스트 했으며, 결과는 독일 개발팀에 전달됐다.

◆ BMW는 왜 한국을 선택했나?…높은 기술수준과 제도적 준비, 향후 시장 적용에 유리

BMW와 SKT의 협업은 이동통신에 대한 한국의 선행 기술과 제도적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5G 테스트를 통해 한국 시장을 위한 커넥티드카와 통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것을 명확하게 정리한 일에도 의미가 크다. 5G 주파수는 나라마다 달라 각 시장에 대한 지원 기술이 달라지고,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번 협력 관계가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모든 테스트 결과는 독일 개발팀에 전달돼 한국은 물론, 글로벌 제품 개발 과정에 다양하게 적용된다.

BMW의 한국 커넥티드카 연구는 시장 중요성을 감안했다. / BMW 제공
BMW의 한국 커넥티드카 연구는 시장 중요성을 감안했다. / BMW 제공
앞으로 BMW그룹코리아는 SKT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기업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5대 시장 중 하나인 한국시장의 소비자 만족을 위한 노력이다. 또 5G 이동통신 기반의 커넥티드카 기술인 '셀룰러-차량사물통신(C-V2X)' 관련 협력에 대해서도 여러 회사와 기초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