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 기술을 적용해 내놓은 모듈러 TV의 상용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현재의 마이크로LED TV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대항하기에 수익성 및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고, 소비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의 영향이다.

가전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퀀텀닷 기술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에 전력투구했음에도 LG전자의 OLED TV를 뛰어넘지 못하면서 마이크로LED 기술을 조급하게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엔클레이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 룩 2018’에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TV ‘더 월’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엔클레이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 룩 2018’에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TV ‘더 월’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 상업용 TV 상용화는 마쳤지만…

삼성전자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146인치 마이크로LED TV 시제품 '더월'을 공개했다.

마이크로LED는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칩 크기가 10~100마이크로미터(㎛)인 소형 LED 칩을 활용해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마이크로LED TV는 수백만개의 마이크로LED를 활용해 컬러필터, 백라이트를 모두 없앤 만큼 기존 LCD TV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7일 "2018년에는 마이크로LED에서 많은 성과를 내겠다"며 "상업용·가정용 두 시장 모두 공략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상업용 마이크로LED TV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 주문 이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과 가격대도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146인치 마이크로LED TV 한대를 주문할 경우 최종 배송까지 1~2주쯤 소요되는 생산 능력을 갖춘 상태다"라며 "판매 가격은 원가를 감안해 2억~3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가정용 마이크로LED TV 양산, 시간 걸린다

마이크로LED TV 양산이 상업용에 그칠 경우 기존 LCD 및 OLED TV를 대체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전 업계는 초대형 사이즈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요구하는 작은 크기로 양산하지 못한다면 마이크로LED TV 사업의 매출과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주장에 동의한다. 상업용 양산 확대를 통한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가정용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진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100인치 이상의 마이크로LED TV를 양산하는 기술에는 문제가 없지만 80인치 이하로 작게 만드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며 "일반 가정에서도 마이크로LED TV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진화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최근 "일반 소비자 대상의 마이크로LED TV 상용화는 최소 4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바일 기기 등 소형 패널에서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정용 상용화가 몇년이 걸릴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IHS가 분석한 시기보다는 적게 걸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실체 없는 '보여주기식 마케팅'이란 비판도 나와

마이크로LED TV는 단기간에 수요와 가격 등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OLED TV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받는다. 삼성전자는 2013년 55인치 곡면 OLED TV를 한차례 출시했지만 OLED가 중·대형 디스플레이 양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신제품 출시를 중단했다.

마이크로LED TV는 또 실제 상용화 보다는 보여주기식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됐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대신해 꺼내든 QLED TV 마케팅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CES를 통해 QLED TV를 선보였다. 당시 QLED TV는 기술적 베이스가 아닌 마케팅 요소를 강화한 용어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QLED TV는 2∼10㎚ 크기의 반도체인 퀀텀닷을 자발광 소자로 활용한 TV를 의미한다. 삼성전자 QLED TV에는 정작 QLED 기술의 핵심인 자발광이 빠졌다.

당시 김문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QLED에 대한 정확한 산업적 정의는 없고, 디스플레이 인사이트는 QLED를 자발광·광발광을 포함한 모든 퀀텀닷 소재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정의한다"며 "일부에서 자발광이 빠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모든 퀀텀닷 베이스에 디스플레이를 QLED로 보는 관점으로 명명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LED TV의 가정용 상용화가 늦어질수록 삼성전자가 실체가 없는 마케팅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OLED TV가 중·대형 양산, 번인 등 단점을 극복하고 진화할수록 QLED TV의 입지는 불안정해질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기술 시연이 조급한 마케팅으로 평가받지 않으려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빠르게 낮춰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