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산업의 흐름은 자율주행, 커넥티드(연결성), 전기동력 등으로, 이 세 기술은 개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의 경우 자동차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장착된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인식하고,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다른 자동차나 신호등, 도로 시설 또는 교통 정보를 저장한 클라우드 등과 실시간 통신하며 연결된다. 언제, 어디서든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커넥티드카가 자율주행의 근간이 된다는 의미다.
기록 데이터를 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솔루션도 존재한다. 자동차 부품사 보쉬가 독일 인증기관인 튀브 라인란트(TUV Rheinland)와 함께 개발하는 '주행거리 변조방지기술'이 그것이다. 이 솔루션은 총 주행거리가 조작되지 않았음을 보장하고, 스마트폰 앱과 연계해 정확한 총 주행거리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보나 재화를 전달하려면 중립 중간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보내는 쪽과 받는 쪽 사이에서 거래 사기나 문제를 방지하면서 원활한 교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립적인 중간자는 이 지위를 이용해 플랫폼을 지배하는 '플랫포머(Platformer)'로 성장, 산업을 좌지우지했다. 거대 IT 기업인 구글이 대표적이다.
TRI의 목적은 자율주행 시대에 있어 강력한 플랫포머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자동차 회사의 주요 사업은 자동차 판매에서 이동 서비스의 제공, 고객 데이터 수집으로 확대되는데, 그때 정보 주도권을 플랫포머에 뺏기지 않겠다는 얘기다.
클리스 벨링거 TRI 이동성 서비스 총괄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실현을 위해 수천억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인간 운전자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수집된 정보는 블록체인의 분산대장 기술을 통해 운전자 개인과 기업 운행 관리자, 자동차 제조사간 안전하게 공유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효율성, 편리성을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우리가 목표에 도달할 날을 앞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