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가상화폐로 받아요."

라이브 공연 입장료를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로만 받는 아이돌 그룹 '가상통화소녀(仮想通貨少女)'가 최근 일본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통화소녀는 AFP・로이터 등 해외 매체가 일본 현지 매체보다 더 관심을 보이는 등 가상화폐 키워드에 민첩하게 반응했다.

가상통화소녀. / 익사이트 재팬 갈무리
가상통화소녀. / 익사이트 재팬 갈무리
여성 8인조 아이돌 그룹 '가상통화소녀' 멤버는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이더리움・리플・넴・네오・모나・카르다노 등 가상화폐를 상징하는 마크가 그려진 가면을 쓰고 활동한다. 가상화폐를 '캐릭터 상품'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포즈도 독특하다. 코인을 상징하는 손 모양을 가상통화소녀를 대표하는 포즈로 승화시켰다.

가상통화소녀는 라이브 입장료와 아이돌 캐릭터 상품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등 가상화폐로만 받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각 아이돌 멤버의 월급도 비트코인으로 지급된다. 라이브 공연장 입구에는 그날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공지되며, 해당 거래 가격에 따라 실제 공연 입장료가 결정된다.

여성 아이돌 그룹 가상통화소녀 멤버 8명 전원은 비트코인을 소유 중이다. 가상통화소녀 멤버 나루세 라라(成瀬らら)는 앞으로 가져보고 싶은 가상화폐를 '이더리움'이라고 밝혔다. 선정 이유에 대해 나루세는 '스마트 컨트렉트 기술(가상화폐 거래 디지털 계약서를 자동으로
실행하는 기술)'의 우위성을 꼽았다.

가상통화소녀의 각 멤버는 가상화폐를 테마로 삼고 있는 그룹의 특성상 가상화폐에 대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된다. 특히 각 멤버가 대변하는 가상화폐에 관한 지식 없이는 춤과 노래로 승부하는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팬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가상통화소녀는 "디즈니랜드 입장료를 가상화폐로 지불하고 입장하는 것이다"라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일본에서도 가상화폐는 핫이슈다. 현지 인기 남성 뮤지션 '각트'가 스핀들이라는 가상화폐 제작 사업에 뛰어드는 등 한국 못지 않게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음악 매체 뮤직보이스는 "글로벌 트렌드에 재빨리 대응하는 것이 아이돌 그룹의 생존 전략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대중이 가진 가상화폐에 대한 경계심을 10대 소녀 아이돌이 친근감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논평했다.

◆ 성좌백경에서 파생된 아이돌 그룹 가상통화소녀

12일 데뷔한 8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가상통화소녀는 2016년 결성된 12성좌(星座) 별자리를 모티브로 탄생한 '성좌백경(星座百景)'에서 파생된 아이돌 그룹이다.

아이돌 멤버 구성은 15세에서 22세까지 여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멤버 전원 프로레슬러 타이거 마스크 닮은 가면을 쓰고 블랙과 화이트 컬러가 어우러진 메이드복을 입고 있어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다.

가상통화소녀. / 신데렐라아카데미 제공
가상통화소녀. / 신데렐라아카데미 제공
가상통화소녀는 가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기존 아이돌 그룹 '상좌백경'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메이드복을 입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주류로 부상한 가상화폐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일본의 메이드복을 더했다"고 밝혔다.

가면 상단에는 각 아이돌 캐릭터에 부여된 비트코인(B)・이더리움(ETH)・리플(XRP) 등 각 가상화폐를 연상시키는 로고가 박혀있다.

그룹 센터를 맡은 오렌지색 가면의 시라하마 히나노(白浜妃奈乃)는 '비트코인'이며, 흰색 가면의 아모우 아미(天羽あみ)는 '이더리움', 녹색 가면의 미나아미 스즈카(南鈴々華)는 '네오', 보라색 가면 아이스 모모(愛須もも)는 '모나', 연두색 가면 마쯔자와 카나코(松沢果菜子)는 '카르다노', 핑크색 가면 카미카와 코하루(上川湖遥)는 '넴', 파란색 가면 카즈키 히나타(香月ひなた)는 '리플', 황녹색 가면 나루세 라라(成瀬らら)는 '비트코인캐시'다.

◆ 일본의 '지하 아이돌' 문화

일본에는 '지하(地下)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라이브 음악 문화가 존재한다. 지하 아이돌은 음반 제작・판매를 주로 하는 일반 가수와 달리 소규모 라이브 공연으로 팬층을 두텁게 한다.

지하 아이돌의 탄생 배경은 1990년대 일본 TV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 몰락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이돌의 겨울로 표현되는 이 시기 일반적인 방송 활동으로 생업을 잇지 못한 수많은 아이돌 가수가 라이브 하우스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하(地下)라는 용어가 사용된 까닭은 대부분의 라이브 하우스가 건물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소녀. / 익사이트 재팬 갈무리
가상통화소녀. / 익사이트 재팬 갈무리
지하 아이돌에게도 아픔이 있다. 대중에게 '팔리지 않는 아이돌의 집합체'란 비난과 함께 평균 수입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하 아이돌 문화가 지속되는 까닭은 주로 남성 팬층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팬은 지하 아이돌의 장점으로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