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교통안전 종합대책' 시동을 걸었다. 일반도로의 속도제한을 60㎞/h에서 50㎞/h로 줄이고, 통학버스 운전자에 자격제도가 신설되는 것. 또 보행자보호위반 등 고위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법정형은 단계적으로 상향(과태료→벌금)하고, 음주운전은 일벌백계한다. 운전면허 합격기준도 현행 1종 70점, 2종 60점을 모두 80점으로 올린다.

◆ 고강도 대책 왜? 줄지 않는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때문

정부는 23일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경찰청, 소창청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2018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향후 5년간의 교통안전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 제시가 골자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교통사고의 심각도가 여전히 높고,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교통안전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78년 5114명에서 1991년 1만3429명으로 치솟았으며, 2015년 4621명, 2016년 4292명, 2017년 4192명(잠정집계)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감소 추세이지만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은 것. 또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숫자는 2015년 기준으로 영국 2.8명, 일본 3.8명, 독일 4.3명에 비해 높은 9.1명을 기록했다.

/ 구리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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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행자의 사망자 비율이 전체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게 나왔다. 보행자 사망사고의 52%는 횡단보도나 골목길 등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정부 역시 이번 종합대책에 '걷기 안전한 길'을 위한 정책을 대거 담았다. 교통 정책의 중심이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바뀐 셈이다.

◆ 걷는 길부터 안전, 안심…보행자 안전 대폭 강화

보행자 안전 확보에 초점을 맞춘 이번 대책의 가장 맨 앞에 있는 것은 횡단보도 통과 규정의 정비다. 지금까지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운전자는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일시정지(도로교통법 제27조 1항)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통행하려 할 때'도 멈춰야 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와 운전자간 벌이던 눈치싸움을 없애자는 취지다.

걷는 길과 차가 다니는 길의 경계가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는 길 가장자리로 걸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질 전망이다. 상가나 주택가 등 보행량이 많은 이면도로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돼 자동차보다 사람이 우선 통행하게 된다.

도심지 사망사고 예방 등을 위해 도로 속도제한이 현행 60㎞/h이하에서 50㎞/h이하로 낮춘다. 이미 서울과 세종 등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오던 것으로 2018년 관련법령(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정비하고 2019년 본격 도입된다. 단, 도로여건 등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지역별 탄력 시행된다. 또 주택가나 학교 주변 등 보행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도로는 30㎞/h 이하로 관리되며, 상황에 따라 20㎞/h이하, 10㎞/h이하 등으로 제한속도를 다양하게 둘 계획이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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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운전자가 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저속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차로 폭을 좁히는 등의 도로 개선도 병행한다. 차로폭을 줄이고, 굴절차선이나 고원식 횡단보도 등 '교통 정온화 기법'을 도입하는 것. 2018년 이를 위한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2019년부터 도로 신규 건설과 개량사업에 적용한다.

교통사고에 취약한 도로변 마을주민을 보호하는 '마을주민 보호구간'도 2022년까지 228개 군지역에 지정한다. 주정차 금지구역내 주차, 횡단보도위 주차, 대형차 밤샘주차 등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주정차 행위와 함께 교차로, 횡단보도 등에서의 과속·신호위반·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단속을 강화한다.

◆ 특명! 교통약자 보호하라

보행자 중 사망 비율이 높은 어린이의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내 CCTV 확대, 안전지도 활성화, 안전대책협의회 운영 등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통학버스 운전자에게는 자격제도가 생기고, 어린이 통학버스 앞지르기 금지, 정차 시 통과차는 일시 정지 후 서행하는 등의 특별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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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따라 증가한 노인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한다. 또 노인에게는 야광의류, 지팡이 등의 안전용품을 지원한다. 75세 이상 고령자는 면허 적성검사 주기가 단축(5→3년)되고, 안전교육 의무화(2시간) 등으로 고령자의 안전운전 관리를 꼼꼼하게 한다.

◆ 음주운전은 패가망신, 술 마시면 운전 못하게 원천 차단한다

'잠재적 살인'이라는 음주운전은 처벌을 대폭 늘린다. 먼저 운전면허 정지 처분 대상이 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을 0.05%에서 0.03%로 높인다. 술 한잔만으로도 처벌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또 '음주운전은 습관'이라는 통념에 맞게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에는 시동잠금장치 부착이 가능해진다. 운전하기 전 술을 마셨다고 판단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다. 택시운전사에게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한다. 단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이 적발된다면 즉시 택시운전 자격이 취소되는 제도다. 음주운전 앞에 '생계'는 더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음주 후 사고를 낸 택시. / 창원소방본부 제공
음주 후 사고를 낸 택시. / 창원소방본부 제공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더 어려워진다. 면허 합격기준을 기존 1종 70점, 2종 60점에서 모두 80점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 교통안전 문항을 확대하고, 면허 갱신 시점에 교통안전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륜차(오토바이)나 자전거 등 개인이동수단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이륜차 운전면허시험도 강화한다.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규정도 마련한다.

◆ '났다하면 대형사고' 화물차·버스 안전 강화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화물차 등 대형차 사고 방지를 위해 화물차 차령제도를 도입한다.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화물차 안전운송운임제'가 단계적으로 생기고, 노선버스 적정시간 근로를 위한 근로기준법도 개정하는 등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는 제도적 개선도 꾸준하게 이뤄진다.

/ 충주소방서 제공
/ 충주소방서 제공
화물 및 버스는 차로이탈경고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첨단안전장치를 확대한다. 새로 제작하는 11m초과 승합차(2018년 1월), 총중량 20톤 초과 화물·특수차(2019년 1)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이밖에 정부는 첨단교통정보를 활용해 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할 방침이다. 주행 중 자동차간, 도로·자동차간 교통정보를 공유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을 확대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도로 위험도 평가기술을 개발한다. ICT를 통한 긴급구난 시스템도 도입한다.

교통안전 종합대책과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는 "앞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국민이 안전한 교통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적극 협력해 이전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