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제3회 드론쇼코리아가 개막했다. 3일간의 북새통이 끝난 뒤, 참가한 모든 이가 나름의 성과와 아쉬움을 고민했으리라 본다. 하나의 전시회가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음은 자명하다. 전시주최는 드론쇼의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끝도 없이 고민했겠지만, 늘 그렇듯 아쉬움과 질타에 먼저 시달린다. 개막하는 순간부터 당연한 공공재로 취급받는 드론쇼코리아는 1회 때부터 <드론산업 확장>과 <생태계 구성의 출발점이 되라>는 사명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짊어졌다. 전시가 진행된 3일 동안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접했다. 어디까지나 일부 관람객 의견일 뿐이니 주최 측이나 참가업체는 언짢게 받아들이기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첫째, 전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것과 전문집단을 상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해외의 보트쇼, 에어쇼, 디자인쇼 등은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하거나 어느 하나를 명확하게 딛고 있는 편이다. 두 목표 집단을 동시에 상대하더라도 그 안에서 운용의 묘미를 살려서 어렵지 않게 목표 달성을 누린다. 그런 점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운 부산국제영화제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세 살배기 드론쇼코리아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의외로 전문집단을 만족시키는 건 쉬운데, 대중을 상대하는 전시회를 만들기란 무척 어렵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에게 자유자재로 걷고 달리라는 주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외부에서 드론쇼를 찾는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다 봐주며 이해하진 않는다.

하나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두루뭉술한 캐치프레이즈로 매년, 모두에게 애매함을 전달하기보다 구체적인 주제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올해의 캐치프레이즈는 <드론의 확장>인데, 작년의 캐치프레이즈도 <드론의 확장>이었다.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가 중요한 첫 회를 빼면 2번의 전시 모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프레임이었다.

드론쇼코리아의 모호한 방향성은 지금의 드론산업계 현실이 투영된 것으로 이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있는 그대로가 이러한데, 억지로 짜낼 필요가 있나?"라는 반응은 그 앞에 있다. "드론산업의 시장구조가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는 상태에서 전문산업형 전시와 대중형 전시로 색깔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지난 1년 동안 국내 드론산업 시장 형편이 산업이든 레저든 어느 한쪽으로 특출한 성장세를 갖지 못한 현실과 해외 전시회도 우리와 비슷한 형편"이라고 덧붙이는 의견이 나왔지만, 관람객이 느끼는 모호함을 풀기에는 논리와 의지가 부족하다.

드론산업은 점점 융합산업의 면모를 드러내는 중이다. IT, 통신, 소재, 서비스 산업이 드론산업의 핵심으로 전이되는 상황에서 내년 드론쇼코리아가 장르와 융합하는 현장을 제시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드론산업의 <비평장르>는 지금까지 어느 코너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기술전문가들에게 비평은 감히 기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로 비춰질 테지만, 어쨌거나 시대는 비평을 통해서 해당 분야의 통찰력을 사회저변으로 확대한다.

<테크노컬처> 관점에서 드론기술의 역사와 발전 방향을 쉽게 전달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하고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선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반적인 보여주기가 참가업체에 전적으로 할애된 지금의 구조에서는 기체나 시스템을 놓고 설명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기 힘들다. 어떤 영감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흩어져서 제각각인 보여주기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는 연출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참가업체나 기관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전적으로 색다른 전시주체의 역량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일반 관람객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들을 위한 연출이 부족했다. 앞서 언급한 전시 방향성과 많은 부분이 공유된 문제다. 3일의 전시 기간 중 개막일 당일을 제외하면 금요일, 토요일 관람객은 일반인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마저도 5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둘러본다. 여기에 전문가 잔치인 콘퍼런스 참석자의 전시장 방문 비율을 제외하면 일반인, 가족 단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 지점에서 살펴본 전시연출은 일반 관람객을 상대하기에 다소 부족했다. 드론산업의 성장 동력은 저변확대와 인력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영어와 전문용어 일색의 디스플레이는 일반 관람객이 알아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이들이나 전문성을 갖지 못한 관람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안내문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성공한 부스는 <육군>이다. 관람객을 응대하는 담당자들은 미래 한국 육군의 드론봇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말로 남녀노소를 끌어 모았다. 뜬금없이 날아드는 엉뚱한 질문에도 유연하게 응답하고,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끈기는 단연 돋보였다.

그에 반해 한두 번 참가한 이력이 있는 업체는 직접 판매와 연결될 가능성이 적은 일반 관람객을 대하는 태도가 옆에서 보기에 다소 불편할 정도였다. 귀찮은 듯 답변을 얼버무리거나, 어떤 부스에서는 가격을 물어오는 관람객 A에겐 천만원이라 하고, 돌아서서 B에게는 오백만원이라하고, 또 다른 C에게는 이천만원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속으로 '얼마나 귀찮을까?'라고 인정하고 싶다가도, '그럴 것 같으면 뭣 하러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많은 관람객이 공통으로 지적한 문제가 "전문가 잔치를 만들어놓고 일반 관람객이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였음을 생각해보면 전시장 구성은 아쉬움 투성이다. 기계적인 업체 늘어놓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고 부스마다 화끈한 한 방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참가업체 입장에서는 전문지식을 단단히 갖췄다고 해도 일단 대중을 상대하는 전시장으로 나오게 된 이상 그에 맞는 스토리텔링과 전달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만족시키는 업체는 드물었다. 관람객의 눈높이를 꼼꼼하게 고려하지 않은 탓에 아이들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고 다녀야했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시연장은 음향상태가 고르지 않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의 미숙함은 드론쇼코리아의 이미지로 그대로 이어진다.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결국 한쪽으로 밀려나서,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체험코너였다. 토요일 점심시간쯤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수십 미터씩 밀려있었고, 더 빠른 줄을 찾으려는 엄마아빠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시연업체는 배터리 충전을 소화하지 못해서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하기에 바빴다. 관람객 동선을 따져보면 가장 오래 머문 곳이 체험장인데 이들이 메인 전시장 중심에 가득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드론쇼코리아 구성력으로는 전시장 중심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체험장을 할애할 용기가 없어 보인다. "동선이 꼬여서 체험장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한 가족 관람객은 "카페를 바깥으로 설치하고, 전시장의 한 가운데를 아이들로 채우는 편이 훨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부족한 설명, 정리되지 못한 동선, B2B와 B2C의 혼재는 결국 티켓값 이상의 만족도를 주지 못한 전시회로 기억된다. 시장규모가 달라서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모터쇼와 지스타는 일반관람객이 주인공이다.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기업과 몇 만원짜리 카피를 파는 게임업체의 타깃은 철저하게 일반 관람객에 모아져 있다. 입장료 차이, 드론기업의 여력 등은 제외하더라도 그 산업의 가장 밑바닥을 구성하는 대중의 힘이 산업을 떠받치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자는 "공공수요, 산업용 드론 등을 논하는 시선이 왜 일반인을 상대해야 되는가?"라고 반문하지만, 단순 레저용 드론 한 대가 늘어나면서 모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드론산업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틀이기 때문이다. 모터쇼가 자동차 전문가를 위해서 열리지 않고, 게임쇼가 게임개발자를 위한 잔치가 아니듯, 내년에도 드론쇼를 찾게 만들려면 일반 관람객의 시선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한다. 수천, 수억짜리 드론을 구입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의 입이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볼 것 없네!"라는 말은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셋째, 편의시설에 대한 불평이다. 관람객 중 상당수가 앉아서 쉴만한 공간이 없어서 아예 전시장을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테리아 역시 차지한 공간에 비해 좌석이 부족했다. 이런 부분은 운영의 실수라기보다 개선될 여지가 분명한 부분이므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드론산업의 현주소가 과거와 달라졌다. 1~2회까지 드론쇼코리아는 제조 중심에 있었다. 참가업체와 기관의 절대다수가 제조를 주제 삼아 전시장을 채웠는데, 올해는 제조보다 공간정보와 무인기 활용사례를 통해서 솔루션을 제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는 곧 1년의 시간을 보낸 산업의 방향성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제조 기반 위에서 드론산업이 헤쳐 나가기란 예상대로 어려웠던 모양이다.

드론쇼코리아가 종료되면 나름의 평가와 결과분석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 3회쯤 되면 결과분석의 심도가 깊어져야 할 때다. 단순 관람객 통계와 참가업체 설문에 그치지 말고 주최 측이 계획한 바와 관람객의 시각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이를 교정할 것인지 아닌지, 관람객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면 왜 그런지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세 번의 전시회를 여는 동안 드론쇼코리아는 양적 성장은 이어가고 있지만, 질적 성장은 그에 따르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신생 전시회의 불가항력적인 부분, 흥행과 전문성이라는 배치되는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 예산확보 및 지원체계 등이 꼬여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의견이 더해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누구보다도 사무국이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 아마도 복잡한 이해관계와 의사결정구조가 원인이 맞는 듯하다.

그렇다면 사무국이 모든 문제를 최종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전권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 싶다. 드론쇼코리아 사무국은 1회 때부터 단순 전시사무를 관장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의 무대라는 사명을 짊어진 것으로 안다. 드론쇼가 영속성을 가지고 성장하려면 사무국이 영향력이 있는 정부나 기관 담당자들, 개인 영달에 관심이 더 큰 관계자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예산이라는 이유로, 확인되지도 않은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로 드론쇼의 중심이 그들에게 맞춰진다면 일반관람객의 발길은 점점 줄어든다. 일반 관람객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드론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 그들만의 잔치, 화려한 연극무대는 잠시다. 드론쇼코리아는, 아빠 손을 잡고 모터쇼를 찾은 꼬마가 훗날 시대의 스포츠카를 만들고, 친구들과 게임쇼를 찾은 아이들이 세계적인 개발자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약속된 연극무대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이제는 드론쇼를 찾은 이들이 꿈과 열정을 품고 돌아갔는지 되짚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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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습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