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건조기(건조기)와 의류관리기(스타일러)는 LG전자가 선점한 시장이다. LG전자에 따르면 2017년 LG전자의 건조기 시장 점유율은 70%쯤에 달한다. 스타일러 시장도 2011년 처음 '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한 LG전자의 독점 체제로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는 'LG판'이 된 건조기·스타일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 뛰어들어도 충분히 '돈'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판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결국엔 판을 흔들겠다는 심산이다. LG전자도 시장 규모 확대라는 측면에서 경쟁사의 진출은 긍정적 요인이 크다는 평가다.

LG전자가 2015년 출시한 ‘2세대 트롬’ 슬림 스타일러 이미지. / LG전자 제공
LG전자가 2015년 출시한 ‘2세대 트롬’ 슬림 스타일러 이미지. / LG전자 제공
13일 가전 양판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전자 스타일러와 비슷한 의류관리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양판점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타일러가 출시된 이후 LG전자 (이전 모델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청에 의류관리기의 비밀 디자인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의류관리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시장성이 크다는 판단이 설 경우 출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실제 출시 일정이나 제품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고 출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LG전자의 2017년 스타일러 판매는 10만대쯤으로 추산된다. 한달 1만대가 채 되지 않는 규모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대중화에 접어들었고 향후 큰 폭 성장이 예상된다. 건조기 시장 추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건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10만대였지만 2017년 60만대로 1년 만에 6배 증가했다. 미세먼지·황사 등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났고 삼성전자가 국외에만 판매하던 건조기를 2017년 3월 국내에 첫 출시한 영향이다.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만대쯤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스타일러뿐 아니라 상반기 중 '14㎏급 건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출시되는 9㎏급 대비 50% 이상 사이즈를 키웠고, 국내 시판 모델 중 가장 크다.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래물을 건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주도권도 잡겠다는 목표다.

◆ '퍼스트무버' LG전자 "시장 규모 확대, 바라던 바"

삼성전자의 출사표에 LG전자는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조기 시장 규모 및 시장을 장악한 '퍼스트 무버'라는 자신감 덕분이다.

LG전자의 건조기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20.3%)의 3배 이상이다.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 이후 1년 간 건조기 시장은 6배 성장했지만, 2004년부터 지켜온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 굳건해졌다. 삼성전자의 진출에 따른 스타일러 시장 규모 확대는 오히려 LG전자가 바라던 바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스타일러라는 명칭은 타사가 사용할 수 없는 LG전자 고유의 특허다"라며 "경쟁사에서 신제품이 나온다면 다른 명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의 뇌리에는 의류관리기 대신 스타일러라는 이름이 각인돼있을 만큼 시장 지배력이 강력하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스타일러를 내놓으면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스타일러 시장 진출은 100만원이 넘는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LG전자 입장에서도 경쟁 부담 보다는 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