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5G 기술을 앞세워 자율주행 분야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인다. 양사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완성차 기업 및 IT 기업과 합종연횡 ▲협력 운행 등 기술 개발을 통해 각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은 2017년 9월 22일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 내 주요 실험 구간에 5G 인프라를 공동 구축했다. 케이시티는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조성한 총 면적 36만3000㎡(11만평) 규모의 자율주행 실험도시다.

교차로에서 만난 자율주행차 두대가 5G 신호로 대화하며 통행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교차로에서 만난 자율주행차 두대가 5G 신호로 대화하며 통행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이곳에서 20Gbps급 5G 시험망, 5G 통신관제센터 초정밀지도(HD맵) 제작 등 5G 인프라를 구축해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KT는 2019년 말까지 판교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단지 구축을 끝낼 계획이다. 판교제로시티는 일반 차량과 보행자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실증단지로 구축된다.

KT는 판교제로시티를 자율주행 도로 감시, 보행자 케어, 도로환경 감시 등 자율주행의 안전을 지원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5G 망이 설치된 후에는 5G에 관련된 상용화 서비스도 판교제로시티에 우선 제공할 예정이다.

◆ 영향력 확대 위한 '합종연횡' 활발

자율주행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 지도·위치서비스 글로벌 기업 '히어'와 '5G 자율주행·스마트시티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3D 지도 제작 기술을 가진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며 양사는 경부고속도로 등 국내 주요 도로 HD맵을 상반기부터 공동 구축하고 있다. 개발한 솔루션은 위치기반 서비스 기업 및 완성차 업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또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BMW 차량에 5G 통신 장비를 장착하고 5G 통신 주파수(28㎓) 환경에서 실제 교통상황을 고려한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KT 대형 자율주행버스가 5일 서울 도심지역을 자율주행으로 시범 운행하고 있다. / KT 제공
KT 대형 자율주행버스가 5일 서울 도심지역을 자율주행으로 시범 운행하고 있다. / KT 제공
KT는 1000억원을 투입한 지능형 차량 전용 플랫폼 '기가드라이브'를 개발해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 13개 완성차 업체와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보다 더 많은 완성차 업체와 협력으로 생태계 구축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7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5G 데이터 통신이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자율주행 분야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율주행 세계 최초 타이틀 놓고 신경전

양사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5일 두대의 5G 자율주행차가 교통 정보를 주고받는 '협력 운행'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무단횡단, 추돌 사고 등 도로 위 돌발변수에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등 과거보다 진보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박종관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5일 "다른 회사의 테스트 여부를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가 5G 자율주행차 협력 운행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 측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가 아님을 강조했다. KT에 따르면 1월 31일 강릉과 평창 일대에서 KT는 승용차, 45인승 버스, 25인승 버스 등 3대의 자율주행차 협력 운행을 실제 도로에서 시연했다.

KT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3대는 위치와 운행정보를 주고받으며 일반 도로를 달렸다"며 "버스는 승용차 대비 사각지대가 많아 자율주행 기술 적용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