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 가격을 440억달러(47조3528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퀄컴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M&A)하려는 브로드컴의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퀄컴이 NXP를 인수할 경우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를 막는 방어막이 생길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20일(현지시각) NXP 인수 가격을 주당 127.5달러(13만7200원)로 제시했다. 애초 퀄컴이 2016년 10월 제시한 주당 110달러(11만8400원)보다 16% 늘어난 금액이다.

퀄컴 샌디에이고 본사 전경. / 퀄컴 제공
퀄컴 샌디에이고 본사 전경. / 퀄컴 제공
퀄컴은 스마트폰 이외에 자동차, 보안 분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NXP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헤지펀드 엘리엇과 소로반 캐피탈 등 NXP 대주주 9곳은 퀄컴이 제시한 인수액이 낮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퀄컴은 인수액을 높였다. 이들 대주주는 NXP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규제 당국 중 한 곳의 승인만 남았으며, 거래를 신속하게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의 NXP 인수는 중국 당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퀄컴이 NXP 인수액을 높이며 M&A를 서두르는 것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세 차례에 걸쳐 퀄컴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퀄컴은 브로드컴이 퀄컴의 기업가치를 저평가했다며 브로드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브로드컴은 적대적 M&A를 추진 중이다.

퀄컴이 NXP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경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 브로드컴과 NXP가 가진 기술 일부가 중첩되기 때문에 브로드컴이 NXP를 인수한 퀄컴을 인수할 경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 관측이다.

블룸버그는 2017년 11월 "NXP와 브로드컴의 사업 분야는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며 "EU가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할 경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방어할 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