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조직을 재가동한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퀀텀닷(QD) 기반 액정표시장치(LCD)와 마이크로 LED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전략 수정을 꾀하기보다 향후 다각화된 기술 로드맵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2012년 선보인 55인치 OLED TV.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2년 선보인 55인치 OLED TV. / 삼성전자 제공
2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TV용 OLED 패널 개발을 재개하기 위한 내부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프리미엄 TV 시장이 OLED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에 따라 즉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대량 양산을 앞두고 수율 확보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 대형 패널은 LCD로, 중소형 패널은 OLED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이 90%를 웃돈다. 중소형 OLED 사업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구개발을 재개하는 OLED 패널은 세 가지 기본색인 적색(R), 녹색(G), 청색(B) 중 청색 OLED를 광원으로 쓰는 QD-OLED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장악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흰색 OLED를 광원으로 쓰는 WOLED 방식을 따른다.

WOLED와 QD-OLED 모두 엄밀히 세 가지 색이 모두 스스로 빛을 내는 진정한 의미의 OLED는 아니다. 하지만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와 비교하면 패널을 훨씬 얇게 만들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과도기인 현재로서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당장 QD-OLED 연구개발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제품화 시점은 2021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증착 공정 대신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해 추격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은 유기발광 재료를 잉크젯 프린터처럼 유리 기판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기존 증착 공정보다 재료 효율성이 높아 OLED 패널 제작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QD-OLED와 WOLED의 차이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와 방식은 다르지만, 잉크젯 프린팅 공정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양산 기술을 갖출 경우 OLED 다음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진정한 QLED'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QD 시트를 부착한 LCD TV를 'QLED TV'로 명명해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는 QD 소자로 원하는 색을 표현하는 방식을 QLED라고 정의한다. QLED는 OLED의 자발광 특성에 QD의 높은 색 재현력 등 둘의 장점을 결합한 패널인 셈이다. 기술 발전 흐름이 LCD에서 OLED, QLED로 향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QD 기반 LCD보다 자발광 QD-OLED를 완성한 후 이를 진정한 QLED로 발전시키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시점에서 대형 QD-OLED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LCD부터 QD, 마이크로 LED, OLED, QLED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선택할 수 있는 대형 패널 기술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종의 다각화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