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술로는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극복을 위해 삼성전자·인텔·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3일 2020년까지 6조5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 캠퍼스에 건설 예정인 EUV 전용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인텔·TSMC 등도 앞다퉈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면적에 더 높은 집적도를 구현해 반도체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비슷한 성능이라도 전력 효율을 크게 향상할 수 있어 고성능과 저전력을 요구하는 첨단 반도체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다. 회로 형성을 위한 공정 수가 줄어들어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EUV는 13.5㎚로 ArF 광원보다 파장이 짧아 더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일찍이 반도체 미세공정 로드맵에서 8㎚ 공정을 EUV 노광 장비 도입 전 마지막 단계로 보고, 7㎚ 공정부터는 EUV 노광 장비 도입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7㎚는 머리카락 굵기의 7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EUV 노광 장비 도입으로 2018년 7㎚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 4㎚ 공정까지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TSMC는 7㎚ 공정까지는 기존 ArF 기반으로 해결하고, 5㎚ 공정부터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텔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EUV 노광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10㎚ 이하 공정부터 EUV 노광 장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2019년부터 장비 확보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SML이 EUV 노광 장비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많았다. 삼성전자가 2016년 ASML 보유 지분 3% 중 절반을 매각하자 ASML의 EUV 노광 장비 개발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7년 7㎚ 공정부터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ASML의 EUV 노광 장비 독점 구조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