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오형제(갓챠맨)・캐산・포리머・데카맨 등 1970년대 히어로가 총출동하는 애니메이션 '인피니티 포스(Infini-T Force)'는 1970~1980년대 소년시절을 보낸 지금의 아재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충분했다.
성인 남성층 사이서 '타츠노코판 어벤저스'란 별명이 붙을 만큼 관심을 끈 이 작품은 시공이 교차하는 '평행세계' 이론을 끌어들여 서로 만날 수 없는 1970년대 히어로들이 지구와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해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매체 마이나비의 타츠노코 3대 사장이자 만화가인 쿠리 잇페이(본명 요시다 토요하루)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타츠노코의 시작은 만화 '제트 보이'의 애니메이션 기획에서 출발했다. 당시 영화 제작사인 토에이의 요청으로 기획된 제트 보이 애니메이션은 결과적으로 백지화 됐지만, 타츠노코 창업주인 요시다 삼형제를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타츠노코의 애니메이션 첫 작품은 삼형제 중 맏형이자 만화가인 요시다 타츠오(吉田竜夫)의 만화 작품을 소재로 한 '우주 에이스'다.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1965년 5월 일본 현지 방영된 우주 에이스는 21세기 지구를 무대로 외계 행성 파룸에서 온 왕자 '에이스'의 활약상을 그렸다.
1972년 등장한 '과학닌자대 갓챠맨(독수리오형제)'의 인기는 타츠노코가 1970년대 SF 액션 히어로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관련 작품을 연속해서 만들게 되는 원동력이 됐다.
◆ 1970년대 SF 액션 히어로 결정체 '갓챠맨'
타츠노코의 SF 액션 히어로 첫 작품 '과학닌자대 갓챠맨(科学忍者隊ガッチャマン)'은 일본 현지서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던 1972년 10월부터 1974년 9월까지 2년간 평균시청률 21%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갓차맨에는 1970년대 애니메이션 인기 요소였던 '변신'과 다섯 대의 메카닉이 결합해 '불새(科学忍法・火の鳥)' 공격을 펼치는 특수 전투기 '갓피닉스'로 당시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애니메이션은 권선징악과 같은 단순한 내용이 아닌 당시 어린이 애니메이션서 보기 어려웠던 인간 드라마와 전쟁 및 공해 등 현실적인 내용으로 성인층의 주목도 이끌어냈다.
당시 갓챠맨 애니메이션 기획에 참여한 토리우미 진조우(鳥海尽三)는 "월광을 의식해 만들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월광처럼 소년소녀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가 적에 맞서 싸우는 작품이 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타츠노코 3대 사장 쿠리는 "태평양전쟁을 무대로 한 월광은 꿈이 없기 때문에 미래의 과학닌자대를 만들게 됐다"라고 트위터상에 밝힌 바 있다.
과학닌자대 갓챠맨의 인기는 1978년 등장한 속편과 1979년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과학닌자대 갓챠맨 파이터(F)'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세 번째 작품에서는 캐릭터의 이야기보다 메카닉 액션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그림과 각본 등 애니메이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 인기는 높았지만 오일쇼크로 조기 종영된 '신조인간 캐산'
국내에서도 1980년대 방송된 바 있는 '신조인간 캐산(新造人間キャシャーン)'은 만화가 겸 타츠노코 창업주인 요시다 타츠오의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이다.
1973년 공개된 캐산의 내용을 함축하면 이렇다. 지구의 공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BK-1이 벼락에 맞아 자아(自我)를 가지게 되면서 지구를 더럽히는 인간을 제거하는 '안드로 군단'을 창설한다. BK-1을 만든 아즈마 박사의 아들 테츠야는 두 번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할 각오로 자기 자신을 개조해 죽지 않는 전투용 '네오로이드'가 되어 안드로 군단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캐산이 보여준 액션과 다채로운 무기로 변신하는 로봇개 프렌더의 활약은 당시 15.9%의 현지 TV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캐산은 1993년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2004년 실사영화 '캐산(CASSHERN)과 2008년작 애니메이션 '캐산 신(Sins)'을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이 정지됐다.
◆ 이소룡에 영향 받아 탄생된 '허리케인 포리머'
1974년 대중 앞에 선 SF 액션 히어로 '허리케인 포리머(破裏拳ポリマー)'는 2개의 뿔이 달린 헬멧에 근육질 몸매가 다 드러나는 붉은색 전투복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포리머는 타츠노코의 다른 1970년대 SF 액션 히어로와 달리 무기나 로봇, 탑승 메카닉 등에 의존하지 않고 '초분자 포리머'로 만들어진 전투복으로 감싸진 몸뚱이 하나로 육탄전을 펼쳐 악당을 무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허리케인 포리머'는 2017년 일본 배우 미조바타 준페이(溝端淳平) 주연 실사 영화로 제작되는 등 일본 현지서는 인기가 높았던 1970년대 히어로다.
◆ TV종영 17년 뒤에 이야기를 마무리 한 '우주의 기사 데카맨'
갓챠맨, 캐산, 포리머에 이어 1975년 네 번째로 등장한 SF 액션 히어로 '우주의 기사 테카맨(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은 환경파괴로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계획하는 인류를 방해하는 외계행성 월더스타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미나미 죠지는 사람에게 초인적인 힘과 우주에서의 활동을 보장하는 '테크 셋 시스템(Tech-Set System)' 기반의 전투복을 입은 데카맨으로 활약한다.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한채 끝나버린 데카맨은 17년 뒤인 1992년 '데카맨 블레이드'란 이름으로 부활해 본래 기획됐던 이야기의 끝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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